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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대륙의 AI 반격, 엔비디아 中수출길이 흔들린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캠브리콘·화웨이 이어 알리바바도 자체 AI 개발

'H20 거부' 정부 전폭 지원 속 脫엔비디아 속도

3분기 전망도 中매출 미포함…주가 연일 하락

"미국이 중국 과소평가"…올트먼도 '거품론'

삼성·SK에도 장비 금지…관세휴전 판도 '흔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




캠브리콘·화웨이 등에 이어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까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중 패권 다툼을 바라보는 월가의 시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현지 기업들이 AI 기술 자립에 속도를 붙이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예상보다 더 빨리 낮출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딥시크 등 소프트웨어에 이어 하드웨어인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의 뒤를 바짝 뒤쫓자 “미중 기술 발전 차이가 과소평됐다”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뉴욕 증시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중국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진 탓에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최대 협상 무기인 AI 반도체 공급 카드가 자칫 무력화될 위기에 처하면서 미중 무역 대결 판도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 차단 벽을 한층 더 높이고 나선 가운데 이제 월가의 눈은 이 같은 조치가 중국 기술 자립의 촉매제가 될지, 미국 AI 독과점 승리를 이끄는 승부수가 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 대형 고객사’ 알리바바도 AI 자체 칩 개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중국에서 전해진 단 하나의 소식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였던 중국의 알리바바가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AI 반도체 선두 기업들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였던 알리바바가 이전보다 더 다재다능한 새 칩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알리바바의 기존 칩은 대부분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설계됐지만 현재 시험하고 있는 새 칩은 더 광범위한 AI 추론 작업을 위한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규제 장벽에 부딪히자 알리바바가 남은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대만 TSMC를 통해 AI 반도체를 제조하다가 미국의 차단 조치에 따라 이번 칩부터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에 제작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CNBC도 같은 날 소식통을 인용해 “공식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알리바바가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새 칩을 개발하고 있다”며 “알리바바의 반도체는 훈련이 아니라 실제 추론을 위해 설계됐다”고 전했다.

알리바바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미중 갈등을 계기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중국 민관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인 블랙웰이나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 칩만 구매할 수 있다. 이마저도 4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출제한 조치를 내린 뒤부터는 공급망이 불안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이른바 ‘관세 휴전’으로 미국이 H20에 대한 수출 재개를 허락했음에도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에 이 제품을 사지 마라고 지시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대중 수출 통제 제한을 해제하면서 CNBC를 통해 “중국 시장을 미국산 반도체에 중독시킬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중국 당국이 모욕감을 느낀 까닭이다.

캠브리콘·화웨이 등 기술 자립 속도…거세지는 ‘中 굴기’




최근 엔비디아 의존 탈피를 꾀하는 중국 기업은 알리바바뿐이 아니다. 화웨이도 올해부터 전용 공장에서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내년부터는 관련 공장을 2곳 더 추가로 가동하기로 했다. 신생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캠브리콘은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의 대체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며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48% 급증한 28억 8000만 위안(약 5615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또 다른 신생 AI 기업인 메타엑스도 올 7월 H20을 대체할 수 있는 신형 칩을 공개하고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메타엑스의 반도체는 H20보다 전력 소모량이 많은 대신 메모리 용량은 더 크다.

중국 정부도 기업들의 기술 개발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부터 이미 지난 3월 중국발전포럼(CDF)에서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등 민간 기업인들을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불러 모아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중국은 올초부터 전국 AI 데이터센터에 자국산 반도체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의무화 조치까지 내렸다. 지난해 3월 상하이가 먼저 시작한 정책을 다른 지역에도 도입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내몽골과 광둥성 등 전국에 500개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 국무원은 최근 AI 발전 로드맵을 공개하고 차세대 스마트 단말기·시스템 보급률을 2027년 70%, 2030년 90%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선보였다. 2035년까지 스마트 경제·사회 발전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WSJ는 “중국 반도체 회사와 AI 개발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체 개발 기술 무기고를 구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H20 수출을 다시 허용했음에도 중국 정부가 보안 위험을 이유로 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기업들이 대체품을 내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흔들리는 엔비디아 투심…확산하는 올트먼 ‘美 AI 거품론’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AI 반격이 거세지자 뉴욕 증시의 투자 심리도 연일 흔들리는 분위기다. 엔비디아는 알리바바의 자체 AI 반도체 개발 소식에 지난달 29일 3.32% 급락한 데 이어 2일에도 1.95% 주저앉았다. 엔비디아가 무너지다 보니 나스닥종합지수도 2거래일 연속 내렸다.

엔비디아는 27일 2분기 양호한 실적을 공개한 뒤에도 시간외 거래에서 3% 이상 폭락한 바 있다. 하반기 중국 매출에 대한 불투명성에 따른 영향이 컸다. 당시 엔비디아는 2분기에 467억 4000만 달러(65조 1555억 원)의 매출과 1.05달러(1463원)의 주당 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매출 460억 6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 1.01달러)를 각각 웃돈 수치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했고 순이익은 59% 늘었다. 다만 3분기 매출을 540억 달러로 전망하면서 H20 반도체의 중국 수출 실적은 포함하지 않았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월가의 불안 심리는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거품론’으로 증폭됐다. 지난달 18일 CNBC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최근 기자들과 저녁 자리에서 만나 15초 동안 ‘거품’이란 표현을 세 차례나 반복하면서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올트먼 CEO는 또 “미국이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추론 능력은 중국이 아마 더 빨리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서도 “내 직감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 증시는 당시 올트먼 CEO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7일 실적 발표회에서 “중국 시장은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올해 약 500억 달러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500억 달러라면 매년 50%씩 성장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다독였다. 황 CEO는 지난 7월 21일 중국 국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는 “화웨이의 높은 기술력을 인정한다”며 “반드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 AI 시장에서 성장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중국은 규모, 다양성, 기술 복잡성 면에서 세계 두 번째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의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세계 공급망의 완전한 탈중국화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삼성·SK·TSMC 中공장에도 美장비 반입 금지…미중 관세휴전 판도 ‘흔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한 더 강한 제재를 걸고 나섰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TSMC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이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장비 반입 권한을 철회했다. 중국 다롄의 인텔 법인을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 반도체 기업만을 겨냥한 조치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미국 장비 회사가 중국 반도체 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라며 조건부로 규제를 풀어줬다. 그러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자격을 이번에 무효화하면서 내년 1월부터는 두 회사도 중국 반도체 공장에 미국 장비를 들일 때마다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패키징 공장, 다롄에 인텔에서 인수한 솔리다임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TSMC도 2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중국 난징 공장의 VEU 허가 지위를 당초 예정대로 올해 말 취소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기심에서 출발해 수출통제를 도구화한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만들었다”며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외교가와 월가에서는 중국이 AI 반도체 자립 수준을 높일수록 미중 무역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휴전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이 중국의 희토류와 미국 반도체 기술인 까닭이다. 미국이 충분한 자체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만 엔비디아 H20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내밀 카드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회담에서 90일 간 관세 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125%씩 부과하던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낮췄다. 이후 6월 9∼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 중국의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각각 완화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오는 11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대륙의 AI 반격, 엔비디아 中수출길이 흔들린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증시·기업·경제·행정·외교·정치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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