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검찰 해체’를 공언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는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두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을 중심으로 행안부 산하로 둬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법무부 혹은 제3의 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3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개혁에 대한 의원 의견을 수렴한 뒤 4일 상임위 공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5일까지 당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고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와 최종 조율한 후 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당 내 강경파의 입김이 강한 만큼 이들의 입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초 검찰청 폐지 이후 신설되는 기관으로 언급되던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는 보류하고 중수청은 행안부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중수청은 행안부 장관 산하에 두는 걸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 어제 (지난달 31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법무부·행안부 장관 (회동에서) 조정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개혁에 토를 다는 것은 안 좋은 일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정부조직법에 검찰청을 없애고 중수청(수사)·기소청(기소)을 분리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에서 오랜 기간 검찰 개혁 입법을 주도해온 의원들은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로 두는 것은 ‘필수’라고 말한다. 중수청을 법무부 소속으로 두면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사실상 검찰 조직으로 구성돼 있는 법무부에 중수청을 두는 순간 별도의 특수청 하나를 승격시켜주는 꼴”이라고 행안부 산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강경파 의원들이 의원총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논리를 강하게 전파하면서, 이들의 의견에 반대하다가는 ‘반개혁’으로 낙인찍히는 분위기까지도 감지된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검찰 개혁 속도조절론’을 언급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상황이 내부 갈등으로 확산되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검찰 개혁 문제를 토론하면서 인신공격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우 수석은 이들의 행동에 대해 “논쟁을 하라고 했더니 싸움을 거는 꼴”이라며 “개혁을 추진하는 정치인, 혹은 검찰 내 인사끼리 서로 싸우는 모습은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개혁 공청회를 열고 정부조직법에 포함될 검찰 개혁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공청회에서는 부처별 중수청 배치에 따른 장단점을 집중적으로 비교·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5일 입법 청문회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토론회 주재 의사까지 밝힌 만큼 당내 논의가 진척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의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겠다”며 “검찰·언론·사법개혁의 시대적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내란 재판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적 제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를 국회 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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