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을 찾아 가뭄 대책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김홍규 강릉시장이 핵심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1일 이 대통령의 영상을 기록하는 채널 'KTV 이매진'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를 둘러본 뒤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강릉시와 강원도의 가뭄 대응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물 공급을 위한 원수 확보 비용을 거듭 물었지만, 김 시장은 "정수장 확장 비용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기존에 계획이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이 책정돼 있을 텐데, 추가 지원을 요청한다면 구체적 내역이 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시장이 "그게 아까 1000억이라 그러더니 지금 500억으로 줄었는데 다행히"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어이없는 실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500억의 구성 내역이 뭐냐"고 묻다가, 김 시장이 설명을 덧붙이려 하자 "잠깐"이라며 말을 막고 "새로 필요한 게 뭐냐"고 되물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연곡 저수지 확장에 1000억 원이 필요하다는데, 이게 훨씬 싸지 않느냐"고 물었고, 김 시장은 "그건 정수장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1000억 원으로 5만t의 물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냐"고 묻자 김 시장은 "원수 확보 비용은 없다. 오로지 정수장"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러면 원수가 5만t이 없을 텐데"라고 지적했고, 김 시장은 "지하저류댐 1만8000t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건 이미 하고 있지 않나"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김 시장은 추가 비용으로 5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재차 설명했지만 여기에도 원수 확보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내가 계속 그걸 묻고 있는데, 말이 이상하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나서 대통령의 질문을 다시 설명했지만, 5분 넘는 대화 끝에도 이 대통령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앞서 오봉저수지 시찰에서도 김 시장은 "9월엔 비가 올 거라 믿는다"고 말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늘만 믿고 있을 순 없다. 비가 안 올 경우 사람 목숨을 갖고 실험할 수는 없다"는 질책을 받았다.
강릉시는 현재 가뭄으로 인해 생활용수 공급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31일 기준 14.9%까지 떨어졌다. 시는 이날부터 수도 계량기의 75%를 잠그는 제한급수에 돌입했다.
시는 연곡 정수장을 확장해 시내로 물을 끌어올 계획으로 확장 비용은 500억 원에 이른다. 다른 지역과 달리 원수 자체는 비교적 넉넉해 추가 확보 비용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평년 대비 46% 수준의 역대급 강수량 부족에 따른 가뭄은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강원도는 1일부터 재난 사태 해제 시까지 강릉시에 팀장급 현장 상황관리관을 파견해 재난 현장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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