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이달 8일(현지 시간) 의회 신임투표를 앞두고 이번 투표에 프랑스의 운명이 달려 있다며 야권을 압박했다. 현 구도에서는 바이루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프랑스 정국이 다시 거센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루 총리는 8월 31일 프랑스 방송사 공동 인터뷰에서 “총리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프랑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며 의회가 내각 신임안을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 앞서 그는 국가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긴축재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권과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의회에 내각 신임투표를 요청했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지난해 기준 3조 3000억 유로(약 5300조 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줄이겠다며 4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삭감을 포함해 증세, 공휴일 축소 등을 제안했지만 거센 반발에 직면했고 이번에 의회 신임을 묻게 된 것이다. 바이루 총리는 현 상황을 “선체에 구멍이 뚫려 물이 들어오는 배”라고 비유하며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또 “정부가 무너지면 지금 추진 중인 정책은 버려질 것이고, 이는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바이루 총리가 의회에서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여소야대 구도인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는 전체 577석 중 범여권 의석은 160석에 그친다. 이에 반해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각각 192석, 138석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바이루 총리가 이번 도전에 실패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좌우 모든 야당이 불신임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표에서 과반이 불신임안을 지지하면 총리와 내각은 물러나야 한다.
프랑스 정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임투표 요청 이후 프랑스는 심각한 정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며 “총리의 몰락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 최대 재정적자국인 프랑스를 어떤 정부가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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