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연방 선거 투표 시 신분증 지참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선거제도 전반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30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모든 투표에서 유권자 신분증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예외는 없다. 이를 끝내기 위해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심각하게 아픈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는 군인을 제외하고 우편투표는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부정선거와 조작된 우편투표 때문에 자신이 패배했다고 주장해왔다. 올 3월에는 미국 시민권자임을 입증한 유권자만 선거인명부에 등록할 수 있게 행정명령을 내렸고 8월 18일에도 우편투표 폐지를 이끌겠다며 “2026년 중간선거에서 정직성을 가져오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언급했다.
미 시사 매체 뉴스위크는 “유권자 신분증 지참이 의무화된다면 수백만 명의 미국인, 특히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없이도 투표할 수 있게 허용하는 주(州)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대통령이 각 주에 유권자 신분증을 요구할 헌법적 권한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는 1년 넘게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지지율이 급속히 하락하고 경제 심리마저 나빠지자 부정선거론에 기대 선거제도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8월 27일 나온 미 퀴니피액대의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직전 조사인 7월 16일 때의 40%에서 3%포인트 하락해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마저 소비심리가 차갑게 식고 있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데이터 정보 회사 모닝컨설트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 소득 5만~10만 달러인 중산층 가정의 소비심리지수가 4~6월 상승하다가 급락해 8월 20일 현재 99를 나타냈다.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인 저소득 가정의 소비심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때부터 꾸준히 내려 8월 20일 88을 보인 반면 연 소득 10만 달러 초과 고소득 가정은 계속 올라 124를 기록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비심리 격차는 해당 조사를 시작한 후 7년 만에 최대치를 찍은 셈이다. 관세로 인해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물가마저 꿈틀대자 결국 중·저소득층 소비심리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WSJ는 “중산층의 분위기가 ‘안정’에서 ‘압박’으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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