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색화 운동의 선구적 인물인 하종현 화백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이 1일 경기 파주시 문발동에서 문을 연다.
연면적 약 2967㎡(약 897평)로 조성된 ‘하종현 아트센터’에는 올해 구순을 맞은 거장의 지난 생애를 총망라하는 주요 작품과 자료들이 모였다. 치열한 시대정신과 탐구정신으로 한국 미술의 영역을 확장해온 화백의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다.
센터의 개관은 화백의 의지와 가족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관을 앞둔 지난달 29일 화백의 아들인 하윤 하종현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아버지의 오랜 꿈을 90세에야 이룰 수 있었다”며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고령의 불편한 몸인데도 함께 자리한 하 화백 역시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고 기뻐했다.
공간은 총 3개 층, 4개 전시장으로 구분된다. 화백이 기부한 300점이 넘는 작품 중 우선 54점이 먼저 공개됐다. 높은 층고가 인상적인 1층 1전시장에는 화백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대표 연작 ‘접합’ 대작이 내걸렸다. 단색과 다채색의 작품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접합’들이다. 하 화백은 마대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독자적 기법인 ‘배압법’을 통해 묵묵한 신체 행위 자체가 저항성이 되는 한국적 추상 사조 ‘단색화’를 이끈 인물이다. 화백은 1974년부터 배압법을 쓴 ‘접합’ 연작을 꾸준히 선보였고 2009년부터는 이를 확장해 ‘이후 접합’ 시리즈를 작업했다.
2층 제2전시장에는 ‘접합’ 이전의 작품들이 모였다. 엥포르멜(전후 유럽에서 유행한 비정형 추상화)과 기하추상에 기반을 둔 작품들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시절의 설치 작업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같은 층에는 주요 전시 도록과 사진, 영상 등의 자료를 통해 작가의 생애 궤적을 짚어볼 수 있도록 했다. 3층 제3전시장과 제4전시장에는 다양한 시기의 ‘접합’ 연작과 수직·수평을 오가는 ‘이후 접합’이 전시돼 최근까지 이어진 작가의 실험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개관일인 1일 센터에서는 ‘제14회 하종현 미술상’ 시상식이 열린다. 화백이 후학 양성을 위해 퇴직금 등 사재를 출연해 2001년 제정한 상이다. 센터를 대중에 상시 오픈하는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며 당분간 예약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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