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줘도 절대 안 출연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시키니까…”
코미디언 이수지가 부캐릭터 ‘햄부기’로 찍은 영상이 화제를 모으자, 군산시와 안동시가 잇따라 패러디 홍보 영상을 내놨다. 영상 속 군산시청 박지수 주무관은 ‘햄부기’ 특유의 동작을 따라 하며 짬뽕, 잡채, 수제비, 꽃게장, 박대, 흰찰쌀보리 등 지역 대표 먹거리를 소개했다. 특유의 어설픈 몸짓과 유머러스한 연출이 더해지자 “이거 보고 주말에 군산 간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안동시청 권해미 주무관도 비슷하다. ‘안동찜닭, 안동소주, 안동식혜, 안동참마’ 등 안동 특산물을 재치 있는 가사와 함께 선보였고, 능숙한 춤 실력까지 더해 콘텐츠 완성도를 높였다.
◇ ‘충주맨’이 불 지핀 공공기관 홍보 전성시대
공공기관 홍보 콘텐츠 열풍의 시발점은 단연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다. 그는 B급 감성과 인터넷 밈(meme)을 활용해 “공무원도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파격을 보여주며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2016년 9급 공무원으로 입직한 그는 뉴미디어팀 성과를 인정받아 7년 만에 6급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만든 ‘공무원 관짝춤’ 영상은 조회 수 1077만 회, ‘공무원 폭력성 실험’ 영상은 721만 회를 기록했다. 현재 충주시 공식 채널 ‘충TV’의 구독자는 88만 명으로, 충주시 인구(21만 명)의 4배에 달한다.
뒤이어 양산시는 ‘진솔아! 나를 믿니?’ 영상으로 900만 회를 기록하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까지 출연했고, 양주시는 유튜버 ‘피식대학’ 콘텐츠를 패러디한 ‘공무원-Sea of Love’로 1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거뒀다.
◇ “억지 차출 괴롭다”…공무원들의 고충
하지만 ‘직원 차출형 콘텐츠’에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용자 A씨는 “충주맨 이후 많은 지자체가 유연한 홍보를 시도하지만, 일반 직원까지 억지로 끌어내는 건 괴롭다”며 “하기 싫은데 얼굴 팔리고, 후발 주자는 특진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곧 차출될 예정이라 잠도 안 온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또 "하기 싫은데 얼굴 팔리고 후발 주자라서 특진도 안 되는 여건 아닌가 사실 정말 굳이 따지자면 안 해도 되는 일인데 누군가(대부분 고위직)의 욕심 때문에 하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끼 없는 일반 행정, 기술 직원들이 '이건 첫 번째 레슨' 하면서 고통받는 게 보기 싫다"고 덧붙였다. 해당 문구는 가수 유노윤호의 노래 가사로, 최근 온라인 밈으로 소비되고 있다
◇ 유튜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자발성이 열쇠
유튜브와 SNS 활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할 정도로 유튜브의 활용은 광범위해졌다.
자발적 참여로 이뤄질 경우 순기능도 뚜렷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2월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해 ‘실버 버튼’을 받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신년사에서 “올해 실버 버튼을 받길 기대한다”고 언급했을 만큼 조직 차원에서 힘을 실었다. 한국은행 채널은 ‘BOK 정책브리핑’, ‘알기 쉬운 경제지표 해설’, ‘일상생활 속 지급 결제 이야기’ 등 전문성을 살린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결국 B급 감성 패러디든, 전문성 중심 콘텐츠든, 공공기관의 유튜브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억지 차출이 아닌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고, 단순한 유행 따라하기가 아닌 전문성과 지속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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