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사진) 미 재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다음으로 기업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산업으로 조선업을 지목했다. 한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15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이 우리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베선트 장관은 27일(현지 시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 지분 확보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엔비디아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다른 산업이 있을 수 있다. 조선업같이 우리가 재편하는 어떤 것들,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런 것들은 우리가 미국에서 자급자족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산업들이다. 그런데 지난 20, 30, 40년간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지난달 30일 한미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미국 제조업 부활 등을 위해 35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고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전용으로 하기로 했다. 아울러 HD현대는 미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과, 삼성중공업은 미 조선사 비거 마린 그룹과 MOU를 맺고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공동 투자와 기술 교류에 나서기로 했다. 한화그룹도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미국 해사청 발주 선박 명명식 행사에서 50억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조선업 지분 취득과 관련해 그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향후 우리의 기금을 통한 미국 조선업 투자와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인텔 사례처럼 미 정부의 지원을 이유로 지분을 확보하려고 시도한다면 우리 기업의 투자나 경영권에도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전날 CNBC 인터뷰에서 정부가 미 방산업체 지분 확보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가운데 베선트 장관은 “우리가 방산업체 지분을 가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방산업체들이 미군에 (제품을) 충분하게 적시에 인도하는 측면에서 그들의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지, 주주 이익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게 아닌지 보겠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이 이번 주 워싱턴DC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실무 방문에 가까우며 (미국과 중국 간에) 진행 중인 무역 협상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자신의 협상 상대인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다시 만날 것이라면서 "만날 때마다 우리는 더 항구적인 관계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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