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로 보직된 후 준장 진급까지 할 수 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지난 7월 18일 입법예고한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같은 달 29일 재입법예고하면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및 12·3 비상계엄 등을 포함해 위법·부당한 지시를 거부했거나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대령을 준장으로 특별진급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평시 공적으로 ‘중령 이하 장병’을 1계급 특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대령 이하 장병’으로 특진 대상 계급을 확대한 것이다. 덕분에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한 해병대 수사단 조사결과에 대한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겸 군사경찰병과장도 특진 대상이 됐다.
이에 국방부는 박 대령을 장관 직속인 군 최고 수사기관인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 보임한 후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준장으로 진급시켜 예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참군인’ 본보기로 널리 알려 군 사기를 진작하고 노고를 치하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대령이 국방부 장관 직속인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겨 별(★)을 달게 되면 해병대 군사경찰병과에서 사상 첫 장성 진급자를 배출하는 영광스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그러나 이 같은 특진 소식에 되레 해병대 내부에선 “글쎄?”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25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가 박 대령을 국방부 조사본부 서열 2위인 차장에 보임해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로 임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 연장선에서 해병대는 최근 올해 군사경찰병과 중령→대령 진급 공석 1자리를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점은 해병대 군사경찰병과 대령 정원(TO)이 1자리로 수사단장 겸 병과장을 수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박 대령이 스스로 전역하지 않는 한 국방부 장관 명령으로 인사 이동을 통해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직이 변경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방부 조사본부 내 군사경찰 대령 정원은 육군 2명, 해·공군 각 1명씩 총 4명이다. 통상 최선임 대령이 차장 보직에 임명된다. 현재 국방부 조사본부장인 박헌수 소장, 차장인 김상용 대령이 입건된 상태다. 이에 박 소장은 기소휴직돼 육군 군사경찰실장(준장)이 직무대리를, 김 대령도 직무 배제돼 차장은 공석 상태다.
만약 박 대령이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직 조정되면 해병대 군사경찰병과 내 1명의 대령이 추가로 배출돼 연쇄적 진급까지 이어져 오랜 진급 적체가 해소되는 후광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런 점이 해병대 고민이 커지는 부분으로 내부에서 “글쎄”라는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유인 즉, 해병대를 포함해 각군은 계급별·병과별 정원이 정해져 있다. 해병대 군사경찰병과에 대령 정원이 1명인데 이례적으로 2명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동일 계급의 다른 병과 정원 1자리를 빼앗아야 가능하다.
결국 대령급이 가장 많은 전투병과인 보병 진급 공석 1명이 마이너스(-) 되는 덕분에 군사경찰병과 진급 공석 1명이 플러스(+)된 꼴로 해병대 주력인 보병병과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해병대 내부가 더욱 어수선한 것은 박 대령의 장성 진급이 거론되는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장성급 장교다. 박 대령이 직무대리 후 올해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준장으로 진급해야 제대로 조사본부장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병대 걱정은 박 대령의 준장 진급이 해병대 군사경찰병과에 없는 정원으로, 심지어 해병대 보병병과 준장 진급 공석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통상 육군 군사경찰병과장(준장) 영전해 오는 자리다. 해병대 준장 정원은 10여 명 수준으로 소수에 불과해 매년 2~3자리의 공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실정인데 육군 장성 정원을 내주지 않는다면 1자리가 없어질 우려에 해병대 내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소장에서 준장으로 하향됐다 2024년 4월 소장으로 상향됐다. 올해 다시 준장급 지휘부대로 하향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박 대령이 준장급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 취임해 연착륙함으로써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 같은 인사 관련 국방부는 해병대 군사경찰 대령 정원 및 박 대령의 준장 진급시 해병대 TO에서 조정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해병대 전체로 보면 박정훈 대령의 국방부 조사본부장 전보·승진은 해병대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해병대 군사경찰병과 대령 정원 1명이 늘고 박 대령의 장성 진급이 보병병과 준장 진급 공석 1자리를 빼는 상황을 초래될 수 있어 그리 탐탁해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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