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5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6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전날까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418만982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박물관 관람객(378만8785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간 관람객이 처음으로 4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던 2023년(418만285명) 기록도 이미 넘어섰다.
현재 추세라면 1945년 박물관(당시 국립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500만명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상설전시관 관람객을 중심으로 집계한 잠정 수치"라며 "극장 '용',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 등을 포함하면 수치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급증한 주요 배경으로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끈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물관 측은 "영화 속 '갓', '호랑이' 등 전통 모티프가 큰 화제를 모으며 한류가 K-팝과 K-푸드를 넘어 K-전통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올해 1∼2월에는 각각 51만3262명, 54만3361명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50만명을 넘었고 7월에는 74만7679명까지 치솟았다.
이달에도 이미 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추석 황금연휴가 있는 10월에는 관람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라면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에서 올해 처음으로 톱5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미술 매체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8위(378만8785명)를 차지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873만명)이 1위를 기록했고 이어 바티칸 박물관(682만명), 대영박물관(647만명), 메트로폴리탄 미술관(572만명), 데이트 모던(460만명) 순이었다.
올해 1∼7월 평균 관람객 수(49만여 명)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500만명을 넘어, 최대 600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박물관 유물을 문화상품으로 만든 '뮷즈'('뮤지엄'과 '굿즈'의 합성어로 박물관 문화상품을 뜻함)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약 115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관심에도 국립중앙박물관 한편에서는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05년 용산 개관 당시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동 내부는 하루 최대 약 1만8000명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시동 규모와 시설, 관람 환경 등을 고려한 적정 인원 수치다.
하지만 최근 여름방학과 맞물려 관람객이 쏠리면서 유물 안전과 관람 환경 개선, 편의시설 확보 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물관은 최근 누리집을 통해 "관람객 증가로 인해 박물관 주차장 진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며 1시간 이상 대기할 수 있다"며 대중교통 이용을 안내하기도 했다.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관람객 수는 크게 늘었으나 2005년 용산 개관 당시와 비교하면 예산과 시설 규모는 그대로"라며 예산 및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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