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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금지' 비웃는 스토킹…"경찰 1명당 25건 맡아"

◆과부하 걸린 수사

담당 경찰 2년간 7명 증원 그쳐

인천서는 1명이 66건 처리도

"재범률 높아 매일이 긴장상태"

범죄특성 이해 전문인력 확충을





지난달 의정부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숨지기 전까지 경찰에 3차례 신고했다. 울산 스토킹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역시 이미 접근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 흉기를 휘둘렀다. 이처럼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스토킹 담당 업무를 맡은 경찰은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성 범죄 특성상 사후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이 중요한 만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112 신고 건수는 2022년 2만 9565건에서 2023년 3만 1824건, 2024년 3만 194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스토킹 담당 경찰관’은 279명에서 286명으로 7명 증원되는 데 그쳤다. 올해도 7명이 추가돼 현재 293명이 스토킹 피해자 보호 업무를 맡고 있다.

스토킹 담당 경찰관은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에 따라 신설됐다. 피해자 모니터링을 통해 사건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종결 사건까지 검토해 재범 가능성을 살피는 역할을 한다. 피해자 임시 숙소나 상담센터 등 관계 기관과도 협업한다. 이들은 스토킹 범죄 특성과 가·피해자의 심리, 면담 실습 등 전문화 교육을 매년 이수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고 살인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는 데 필수적인 인력인 셈이다.

문제는 재범 가능성 등을 수시로 점검해야 함에도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기준 인천의 스토킹 담당 경찰관 1명은 월평균 25.6건의 사건(스토킹 한정)을 맡고 있다. 이어 서울 24.6건, 경기 남부 22.1건, 경기 북부 20.5건 순이다. 지난해 스토킹 담당 경찰관이 피해자보호팀으로 일원화되는 과정에서 교제폭력 사건까지 맡게 돼 업무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제폭력 신고 역시 2022년 7만 790건에서 2024년 8만 8394건으로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담당 경찰관 293명 중 171명은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여성청소년과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A 경사는 “모든 피해자를 밤낮없이 관리해야 해서 다른 범죄보다 부담이 크다”며 “인원이 적은 만큼 위험도가 높은 사건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토킹 담당 경찰관 B 씨는 “스토킹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재범률도 높아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일손까지 부족하니 대체 누가 이 일을 하고 싶어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특히 1인당 사건 건수가 가장 많은 인천은 3년째 스토킹 담당 경찰관이 11명에 머물러 있다. 각 경찰서에 1명씩만 배치된 것이다. 경기 남부도 같은 기간 1명 증원하는 데 그쳤다. 조금씩 늘어난 인력마저 치안 수요가 큰 지역에는 배치되지 않아 현장에서의 부담은 오히려 늘고 있다. 실제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담당 경찰관 1명이 한 달에 66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56건), 경기 평택경찰서(55건)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결국 보직 기피 현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토킹 담당 경찰관을 교육하는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격무로 인해 교육을 듣는 경찰이 해마다 바뀐다”며 “담당자가 6개월에서 1년 만에 교체되다 보니 사건 관리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초동 대처가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25일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대책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적절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가해자 격리 강화, 접근금지 고위험군 주변 기동순찰대 집중 배치, 접근금지 위반 자동 인지 애플리케이션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밀접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보복성이 크다는 특성이 있어 이를 이해하는 담당자가 필수적”이라며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인력 충원을 병행해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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