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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검경의 볼썽 사나운 하이브 수사 주도권 다툼

하이브 ‘부정거래’ 수사 나선 검경

이재명 정부 증시교란 엄단 의지에

중구난방식 공 세우기 경쟁 가열

기업도 엄격한 잣대로 모범 보여야

방시혁 하이브 의장. 뉴스1




각종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는 K엔터 대표 기업이 지금 정체냐 도약이냐의 기로에 섰다. 지난달 24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본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증권선물위원회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하이브 전직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한 ‘사기적 부정 거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경찰과 별도로 서울남부지검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을 지휘하며 수사에 나섰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검찰과 경찰이 경쟁하듯 매달린 셈이다.

경찰은 증선위가 검찰에 고발한 이 사건을 자신들에게 넘겨달라고 검찰에 꾸준히 요청했었다. 경찰이 지난해 말부터 먼저 수사하고 있던 사건인 만큼 검찰이 중복 수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생각은 달랐다. 경찰이 올 4~5월 한국거래소 등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은 모두 반려했다. 경찰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세 차례의 요구 끝에 경찰은 지난달 겨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냈다.

검경은 12·3 비상계엄 수사의 주도권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관련 수사의 칼자루가 특검으로 넘어가면서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관심사인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관련 수사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일 만에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주식으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주식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히자 증선위는 곧바로 하이브의 부정 거래 의혹을 사법 당국에 고발했고 검찰과 경찰은 공을 세우려 중구난방식으로 경쟁하는 모습이다.

하이브 사건은 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증선위는 방 의장 등이 2018~2019년 기업공개(IPO) 준비 과정에서 하이브의 증시 상장이 지연될 것처럼 기존 주주들을 속여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이브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사모펀드 LB인베스트먼트 등은 하이브의 조기 상장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해 주식 일부를 하이브 전직 임원이 세운 사모펀드 이스톤에쿼티 등에 팔았다. 방 의장은 새 주주들로부터 상장 성공 시 투자 이익의 30%를 받기로 한 대신 정해진 시기까지 상장이 안 되면 이들 주식을 되사줘 사모펀드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풋옵션 약속을 했다. 증선위는 LB인베스트 등 기존 주주에게서 13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한 이스톤 등이 방 의장과 비공개로 수익 공유 및 풋옵션 계약을 맺은 것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 거래로 보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불거진 뉴진스와 어도어 분쟁 사태 이후 여러 이유로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K팝 팬들에게 방 의장의 이미지는 회복이 쉽지 않을 정도로 추락한 상태다.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보면 방 의장이 하이브의 상장 과정에서 BTS 팬들은 물론 시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에 증권가에서는 방 의장과 이스톤 등 사이에 이뤄졌던 이면 계약이 IPO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시 상장 예비 심사 규정에 따르면 상장 전에 기업인과 사모펀드 간 이뤄진 풋옵션 및 수익 배분 약정은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아도 범죄행위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이 문제가 지적되자 이후 주주 간 계약 사항 점검 등을 추가해 상장 심사 제도 개선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곧 방 의장을 소환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드라마틱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을 보면서 K팝과 K컬처의 무한한 가능성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갈림길에 선 K엔터 산업의 미래에 숨을 죽이게 된다. 이대로 가면 K팝 성공의 전리품을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 플랫폼이 고스란히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상장기업은 준법 경영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사법 당국도 정치 논리나 여론 몰이에 따라 표적 수사에 나서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키워서는 안 된다. 백범 김구가 말한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는 선거운동 구호처럼 목청 높여 외친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정책과 사회 분야의 응원이 함께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거인으로 성장한 만큼 K엔터 기업의 경영진들도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세우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홍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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