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 이탈자에 대한 결단을 예고했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전당대회라는 과거의 옷을 과감히 벗어던지자”며 완급 조절에 나섰다. 내부 갈등보다 대여 투쟁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반탄(탄핵 반대)파를 중심으로 찬탄(탄핵 찬성)파 숙청론이 거듭 제기되는 등 당내 갈등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장 대표의 지도부 인선이 내분 봉합은 물론 여야 관계 설정까지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한 장 대표는 국회로 이동해 취임 후 처음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장 대표는 “과거의 옷을 벗고 미래로 나가야 할 시간”이라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원과 국민들이 보내주신 민심은 야당답게 거대 여당을 견제하고 이재명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며 유능한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이제 변화하고 하나가 된 국민의힘을 국민들께 보여주겠다”며 “국민의힘의 당원 모두가 하나가 돼서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당권을 두고 경쟁한 찬탄파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윤 어게인 세력들이 단합해 당 대표 선거에서 이겼으니 모든 것이 정당화되느냐’고 비판하며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데 대해 “굳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전당대회 기간 이른바 내부 총질자에 대한 탈당 조치를 재차 주장했던 장 대표가 예상과 달리 단합을 강조하는 듯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이유는 취임 초반부터 내부 갈등에 발목이 잡혀 대여 투쟁의 동력이 상실될 것을 경계했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이제 우리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있었던 과거의 옷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여당을 견제하고 이재명 정권과 맞서 싸워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만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탄파 최고위원들은 이른바 내부 총질자에 대한 숙청론을 제기하며 강경 입장을 유지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해 “당원게시판 조사는 당무 감사와 함께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보수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게 막는 정도라면 기강 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이날 비서실장에 1981년생의 초선인 박준태 의원을 임명하며 지도부 인선을 시작했다. 앞서 “기계적 탕평 인사는 없다”고 공언한 만큼 전당대회 기간 장 대표를 물밑 지원했던 구(舊)주류가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장 대표가 재선이기 때문에 사무총장과 같은 주요 당직도 같은 재선의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정 의원은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고 평가받는 가운데 장 대표의 ‘화합형 지도부’ 구성 여부에 따라 찬탄·반탄 간 갈등이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거대 여당과의 관계는 ‘강대강’ 대치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정기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3차 상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법 등을 강행 처리할 것이 예상되자 장 대표가 대여 투쟁력을 인선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다.
민주당도 장 대표 체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장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피하면서도 “대한민국에는 야당이 없고 극우 세력만 득세하는 상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을 “전체적인 국가의 이익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안 좋은 정당의 모습을 되풀이하는 ‘윤석열당’”이라고 규정하며 “‘윤 어게인’을 주장해서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비상계엄, 내란을 다시 하자는 것인지 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여야 관계가 썩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탄핵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정도의 체제 전환을 한다면 대화가 진행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전한길이 최고위원이 되는 것 아니냐’ ‘국민의힘은 완전히 극우 세력의 놀이터가 돼버린 거 아닌가’ 이런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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