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광천수’라고 홍보하던 프랑스 유명 생수 브랜드들이 실제로는 불법 정수처리를 해온 정화수라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프랑스 유력 매체 르몽드와 프랑스앵코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에비앙을 비롯한 생수업체 최소 3분의 1이 수년간 불법적인 정수기술을 사용해왔다. 이들은 ‘천연 미네랄 워터’나 ‘천연 광천수’로 표기하면서도 자외선(UV) 소독과 활성탄 필터를 몰래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법률상 정수기술을 사용한 제품은 ‘마실 수 있는 정수’로만 표기가 허용된다. 반면 ‘천연 생수’는 보존된 지하자원에서 추출돼야 하며 소독이 금지된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프랑스 정부의 대응이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부와 부정경쟁·사기방지총국(DGCCRF)은 이미 2021년 9월 이 같은 불법행위를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발표된 프랑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오히려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네슬레 등 기업들은 200만 유로(약 32억 원)의 벌금만 내고 불법 관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알렉상드르 위지예 상원의원은 이번 사안을 “설명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기업·정부 유착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시민단체들도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했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 2020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40년간 프리미엄 생수를 표방해온 '크리스탈'이 실제로는 가짜 ‘HACCP(해썹)’ 심벌을 도용하고 제품에서 녹조가 나타나 제조 및 관리에 허점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크리스탈 홈페이지와 위메프, SK스토아 등 인터넷쇼핑몰에서는 ‘크리스탈 블랙라벨(블랙에디션)’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해요소 중점관리우수식품 HACCP를 받은 것처럼 광고돼 팔리고 있었다. 결국 제조사 씨엠은 자사 홈페이지에 임직원 일동 명의로 대고객 사과문을 게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HACCP 심벌 도용 사실을 인정했다.
최근 제조 시간을 실제보다 늦게 표기해 판매 시간을 늘리려던 도시락 제조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제조·가공업체 현대푸드시스템이 즉석섭취식품인 도시락, 샌드위치, 햄버거의 제조시간을 거짓으로 표시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해당 업체는 오후 2시에 생산한 도시락, 샌드위치, 햄버거의 제조시간을 같은 날 오후 7시에 제조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거짓으로 표시했다. 식약처는 업체가 점검 당시 편의점에 납품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위반 제품을 현장에서 압류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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