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고소설 ‘최척전’을 원작으로 한 연극 ‘퉁소소리’가 다음 달 5일부터 28일까지 앵콜 공연에 돌입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평민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26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관객들이 ‘퉁소소리’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평범한 주인공 가족들이 30년에 걸쳐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끝내 재회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각본·연출을 맡은 그는 10여 년간의 고민 끝에 조위한의 ‘최척전’을 각색해 지난해 무대에 올렸다. 작품은 조선의 평민 최척 일가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뿔뿔이 흩어졌다가 먼 이국 땅 베트남에서 ‘퉁소소리’를 매개로 재회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번 앵콜 공연은 초연과 달라진 점도 있다. 올해는 현을 추가해 총 6인조 라이브 연주가 무대를 채운다. 배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무대 장치를 보강해 장면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더 비운 연출’을 지향했다고 고 단장은 밝혔다. 그는 “연극은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관객들이 바보가 되는 기분이 든다”면서도 “너무 쉬우면 싱겁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 장치나 연출은 비우고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야 연극이 깊어진다. 과거에는 교묘하고 영리한 연출을 많이 고민했는데 이제는 겉절이를 무치듯 턱턱 한다”고 달라진 연출 철학을 소개했다.
두 번째 무대인 만큼 배우들 역시 한층 여유로워졌다. 초연에서 열연한 20여 명의 배우들이 전원 참여하면서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졌다. 주인공 최척 역을 맡은 박영민 배우는 “너무 완벽하고 꽉 찬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들어올 틈이 없다”며 “관객들이 배역에 마음을 줄 수 있도록 비어 있는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척의 아내 옥영 역의 정새별은 “무대에서 그저 ‘옥영’으로 존재하면 된다는 고 단장의 지도 덕분에 자유롭게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척의 며느리 역의 최나라는 “마치 비워져 있는 듯하지만 명확하고 꽉찬 소리를 내는 퉁소처럼 비우는 연기를 하려 했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이번 공연이 오늘날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남북 역시 휴전 중인 상황”이라며 “연극을 통해 전쟁 속에서 민중이 겪었던 고난과 고통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높은 분들’이 많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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