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 노후아파트들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잠원동은 500가구 안팎의 소규모 단지가 많아 한강 조망 이점에도 불구 그동안 정비사업 논의가 더뎠다. 그러나 맞붙어있는 반포 일대 집값이 신축 효과에 크게 뛰면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8월 중 서울시에 ‘잠원한강’ 아파트에 대한 신속통합기획 자문회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에 앞서 주민들은 올해 2월 최고 49층, 500여 가구로 재건축하는 내용의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입안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잠원한강에 대한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된 건 2023년 8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약 2년 만이다. 1989년 지어진 잠원한강은 450가구로 소규모이지만, 한강 인근에 위치한 데다 지하철 3호선·신분당선 신사역과 가까워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건축 후에는 일부 저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잠원한신’도 이달 4일 서초구로부터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통과 통보를 받았다. 현재 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주민동의율(50%)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높이와 규모 등 재건축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잠원한신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9월 중 정비계획 윤곽을 마련한 뒤 이르면 연내 입안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92년 준공한 잠원한신은 540가구로,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가깝고 신동초·신동중과 맞닿아있어 주거 선호도가 높은 단지로 꼽힌다. 입지가 뛰어난 만큼 재건축 시작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과 GS건설 등 대형사들이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비사업에 속도가 나면서 집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잠원한강 전용면적 84㎡는 이달 35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잠원한신 전용 84㎡도 올해 6월 34억 원(12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동일 주택형이 올해 1월 27억 원(15층)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약 5개월 만에 7억 원 가까이 뛰었다.
잠원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건축 단지는 ‘신반포2차’다. 국내 고급 아파트 대명사인 ‘래미안 원베일리’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데다 정비사업을 통해 최고 48층, 2056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단지는 올해 4월 현대건설과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하반기 인허가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사비는 총 1조 2800억 원에 달한다.
인근 ‘신반포4차’도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지 약 4개월 만인 이달 1조 원 규모의 공사 도급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내년께 착공해 지하 3층~지상 48층, 7개 동, 1828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밖에 시공사를 선정한 ‘신반포16차(대우건설)’, ‘신반포27차(SK에코플랜트)’ 등은 내년 상반기 중 관리처분계획 인가 및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도 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잠원동에서 정비사업을 완료한 대표 단지는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고 올해 6월 입주를 시작한 ‘메이플자이’다. 메이플자이 전용 84㎡(20층) 입주권은 6월에 55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신반포21차를 재건축한 ‘오티에르 반포’도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이다. 251가구 규모의 소규모 아파트지만 7호선 반포역 초역세권 입지인 만큼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87가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일반 분양가가 3.3㎡당 7000만 원, 84㎡ 기준 24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 연구원은 “잠원동 일대는 한강 조망 강점에도 불구하고 신축 단지가 없어 그동안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던 곳”이라며 “메이플자이와 오티에르 반포 등 신축 아파트 입주를 기점으로 소규모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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