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직전 한국과 관련해 ‘숙청’을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가) 오해한 것이 확실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설명에 수긍했다. 회담 초반에 이러한 ‘오해’를 차분하게 풀면서 화기애애한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숙청’을 언급하며 글을 올린 것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2시간 40여 분 전이었다. 그는 “그런 곳에서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도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미국 언론 매체와의 질의응답에서도 “한국 정부가 교회를 압수수색하고 우리 군 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며 “사실이라면 매우 나쁜 일이고 한국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관련 부처에서는 분주하게 의도 파악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특유의 ‘압박 전술’을 썼다는 분석도 나왔다. 긴장된 분위기에서 정상회담이 시작됐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수수색 등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한 특별검사팀이 사실 조사 중”이라며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의 한국군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미국과 한국 공군이 공동 운영하는 오산 공군기지 내 레이더 시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채 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도 지난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주거지 및 교회 당회장실을,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1월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와 관련해 이달 초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역시 특검 조사를 받은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농담을 던지며 “(내가) 오해한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했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골프 등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와 관련한 대화가 오가면서 회담도 화기애애하게 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 2000년간 중국과 51번 전쟁을 치렀다고 들었다”며 “한국은 매우 크고 강한 나라”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민영 순직해병 특검 특검보는 2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색 필요성을 법원에 소명했고 집행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팀 특검보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오산 기지 내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은 한국 정찰 자산으로 수집된, 대한민국 군인이 관리하는 자료에 대해서만 이뤄졌다”며 “압수수색과 관련해 미군에서 문제 삼거나 항의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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