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세계 2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뱀장어 양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인 기술 구축에 나섰다.
부산시는 26일 시청 국제의전실에서 국립부경대, 수산 벤처기업 닐스와 ‘뱀장어 인공종자 생산기술 글로벌 허브 구축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국제 거래 규제 가능성에 대비해 인공종자 대량생산 상용화를 앞당기려는 전략이다.
부산은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원,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등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도시형 미래양식기술의 최적지로 꼽힌다. 특히 수산식품 클러스터와 항만 물류망을 활용한 수출 확대 가능성이 커 사료, 장비, 유통 등 연관 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뱀장어는 킬로그램(㎏)당 500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수산종자로, 전 세계 수산종자 시장 규모만 4조 원에 이른다. 전체 양식시장은 2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2016년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지만 부화 후 자어(어린 치어)의 낮은 생존율로 산업화에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극동산 실뱀장어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에 등재된다면 자연산 종자 거래가 제한되는 만큼 인공종자 기술 확보 여부가 향후 글로벌 시장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본이 산업화 단계에 먼저 진입할 경우 국제 규제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와 부경대, 닐스는 이날 협약에 따라 대량생산 공동연구 및 기술개발, 순환여과시스템(RAS) 기반 친환경 양식 실증, 생산시설 구축·운영, 특허 출원 및 기술 사업화, 해외 투자유치 및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시는 친어(어미 뱀장어) 성숙과 인공수정 기술 고도화, 초기 자어 폐사율 최소화를 위한 경제적 초기사료 개발, 순환여과시스템을 활용한 친환경 양식 기술 상용화 등 대형 연구개발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10년 내 인공종자 대량생산 체계를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은 이미 국내 수산 연구와 산업화 거점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부경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기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수산식품 클러스터, 부산항의 물류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어 기술개발에서 사업화, 글로벌 유통까지 전 주기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시의 이번 계획은 단순히 뱀장어 양식 기술 확보 차원을 넘어, 미래 식량 안보와 수산업 혁신이라는 국제적 화두와도 맞물린다. 수산자원 고갈과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종자 대량생산과 스마트 양식기술은 글로벌 수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이번 협약은 부산을 수산 기술 글로벌 허브로 도약시키는 신호탄”이라며 “세계 시장을 선도할 고부가가치 양식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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