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사흘 째를 맞은 대통령 중국 특사단이 중국 국가부주석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상무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특사단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국가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접견했다. 박 전 의장은 “양국 관계는 (수교 이후) 33년 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전반적 추세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신뢰가 있어야 우리가 오랜 친구로서 함께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자오 위원장은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고 화답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양국 관계가 좋으면 모두 이익을 얻고, 그 반대로는 모두 손해를 본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33년간의 한·중 관계 발전 여정에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말했다.
특사단은 이날 오전에는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났다. 박 전 의장은 지난 몇 년간 궤도를 벗어났던 한·중 관계가 정상 궤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새 정부 아래 양국 관계는 양국 정상의 공감대를 놓고 공통 이익을 크게 하는 데에 방향을 같이 했다”며 “양국 국민들의 실질적 삶이 개선될 수 있는 건전한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가 지속 발전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부주석은 상하이에서 40년간 근무하면서 한중 각급 교류 협력에 큰 공헌을 했다”며 “유실될뻔했던 우리 독립 사적 유적지, 특히 상하이 임시정부를 보전하고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부주석도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해 양국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자는 데에 중요한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과 함께 이 합의를 잘 이행하고 양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시킴으로써 양국 국민에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더 크게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사단은 27일까지 베이징에 머무를 예정이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에게 이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도 그런 이유로 해석된다. 특사단은 당시 왕 부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시 주석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이어 25일에는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의 조속한 협상과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원활한 공급을 당부했다.
이전 정부에선 특사단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과의 면담이 이뤄진 것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다. 시 주석은 특사를 파견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를 제외하고,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모두 한국에서 파견된 대통령 특사를 직접 만났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올해 초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때 개막식에 참석했던 한덕수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과도 각각 면담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미국, 일본과 정상회담을 먼저 진행한 것 등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시 주석은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을 만난 데 이어,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과 노로돔 모니니아트 시아녹 왕비를 각각 접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