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세 미만 젊은 세대의 당뇨병 환자가 지난 13년간 최대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의 발병 위험은 최대 5배 더 높아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건강 격차가 두드러졌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2008~2021년)를 바탕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김재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연구팀이 13만 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를 활용해 실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이나 생활 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된 2형 당뇨병이 빠르게 증가했다. 30세 미만 2형 당뇨병 환자 유병률(당뇨병을 앓고 있는 전체 인구 비율)이 73.3명에서 270.4명으로 약 4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발생률(새롭게 당뇨병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27.6명에서 60.5명으로 2.2배 증가했다. 당뇨병은 중장년층 중심의 만성질환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소아·청소년과 젊은 성인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자가면역 이상으로 췌장 기능이 손상돼 발생하는 1형 당뇨병의 경우 유병률은 21.8명에서 46.4명으로 2배 이상 늘었지만, 발생률은 큰 변화가 없었다. 새로 병에 걸리는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것이다.
성별로 보면 1형은 여성에서 26% 많았고 2형은 남성에서 17%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1형은 영유아기(0~5세), 2형은 청소년기(13~18세)에서 발병 증가폭이 가장 컸다. 김화영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형 당뇨병의 경우 환경적인 요인이 전반적인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2형 당뇨병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칼로리 섭취 및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저소득층은 중·고소득층 대비 1형 당뇨병은 2.9배, 2형 당뇨병은 3.7배 더 많이 발생했다. 특히 14세 미만 저소득층 아동의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은 5.1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운동 기회와 의료 이용 환경까지 제한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소아와 젊은 연령층의 당뇨병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가 차원의 관리가 시급하다”며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건강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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