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정상을 탈환했다. ‘케데헌’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국에서 ‘싱어롱’ 극장 상영 행사도 커다란 인기를 끌면서 빌보드 차트에 장기 집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어롱 상영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 속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즐기는 방식이다.
빌보드는 25일(현지 시간) 차트 예고 기사에서 ‘골든’이 전주보다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려 통산 2주째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핫 100’에 진입한 ‘골든’은 이달 11일 처음 이 차트 정상에 올랐으나 지난주에는 알렉스 워런의 ‘오디너리’에 1위를 내줬다. 빌보드는 “‘골든’이 ‘핫 100’ 차트 정상에서 또다시 빛을 발했다”며 “통산 2주째 1위 자리를 두고 순위를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K팝이 ‘핫 100’에서 2주 이상 1위를 기록한 것은 방탄소년단(BTS)의 ‘버터(10주)’와 ‘다이너마이트(3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골든’은 여성 가수가 부른 K팝 곡으로는 처음 ‘핫 100’ 정상에 올랐다. 또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서도 1위에 오르며 세계 양대 싱글차트를 석권하는 기록을 썼다.
빌보드 ‘핫 100’은 미국 스트리밍 데이터, 라디오 방송 점수, 판매량 데이터를 종합해 순위를 집계한다. ‘골든’은 이번 차트 집계 기간 전주 대비 3% 증가한 338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라디오 방송 점수와 판매량은 각각 39%, 11% 늘었다.
특히 ‘케데헌’ OST는 이번 주 ‘골든’을 비롯해 총 4곡이 빌보드 싱글차트 ‘톱 10’에 진입해 눈길을 끈다. 작품 속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과 ‘소다 팝’이 각각 4위와 5위,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의 ‘하우 잇츠 던’이 10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한 작품의 OST 4곡이 싱글차트 ‘톱 10’에 동시 진입한 것은 빌보드 역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골든’은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곡이다. 가창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맡았다. 이들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간 K팝 히트곡들이 실물 음반 판매량과 다운로드에서 강세를 보인 것과 달리 ‘골든’은 스트리밍 시장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K팝은 그동안 미국 1020세대에게 인기 있는 마이너한 장르에 머물렀지만 ‘골든’ 등 ‘케데헌’ OTS 수록곡이 스트리밍에서 강세를 보이며 보다 대중적인 메이저 장르로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싱어롱 상영이 인기를 끌면서 ‘케데헌’의 인기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케데헌’은 23~24일 미국 현지에서 열린 ‘싱어롱’ 특별 상영 행사로 1000개 넘는 상영관을 매진시키며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싱어롱’ 상영으로 올린 수익은 1800만 달러(250억 원)에 달했다. 빌보드는 “싱어롱 행사로 인해 영화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예정”이라며 “싱어롱 행사로 늘어난 스트리밍, 판매량 관련 지표는 다음 주 차트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케데헌’은 애니메이션과 K팝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뛰어 넘어 외연을 확장했다”며 “이외에도 한국의 민화를 비롯한 전통 문화를 알리는 등 여러 방향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또 다른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그래미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데헌’ OST의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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