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양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1시간 동안 공개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어로 통역한 미국 국무부 소속 이연향 국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우리 측에서는 외교부 서기관 출신으로 ‘이 대통령 1호 통역’으로 불리는 조영민 대통령실 행정관이 사실상 첫 공식 무대에 올랐다. 미국 측에서는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이연향 국장이 아이보리색 재킷 차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긴 발언을 노트패드에 받아 적어가며 한국어로 옮겨내 능숙한 통역 실력을 선보였다.
국무부 안에서 ‘닥터 리’라 불리는 이 국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통역을 담당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미국 정상들의 주요 외교 무대에서 활약해왔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이 국장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영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국장은 전업주부에서 세계 최고 지도자인 미 대통령의 통역 담당으로 변신한 인생 스토리로도 유명하다. 부친을 따라 이란에서 국제중학교를 다니고 연세대 재학 중 교내 영자지에서 활동한 것이 전부였던 그는 아이 둘을 키우다 33세 나이에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다. 이후 전문 통역사의 길을 걸으며 다국적 회사를 다니는 남편을 두고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바이든 정부 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022년 이 국장에 대해 “외교통역팀의 필수 멤버로 우리는 그녀와 그녀의 팀 없이는 업무를 할 수 없다”며 “단순히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어감과 강조점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