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대표 선출을 위한 김문수·장동혁 후보 간 결선투표가 25일 종료됐다. 반탄(탄핵 반대)파 간 결선 맞대결에서 김 후보의 대통합론과 장 후보의 단일대오론이 정면충돌한 가운데 김 후보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연대 결과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찬탄(탄핵 찬성)파 주자인 안철수·조경태 의원의 1차 경선 탈락으로 무주공산이 된 친한(친한동훈)계 표심이 포용의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는 김 후보에게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 반면 이에 반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층 등 강성 당원들이 장 후보로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후보는 결선투표 마지막 날에도 찬탄파·친한계 표심 흡수에 공을 들였다. 김 후보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 안·조 의원 등 누구라도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찬탄·반탄으로 흩어져 있는 당내를 통합할 수 있는 포용과 단합의 리더십이 제게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단결과 덧셈 정치고 뺄셈하면 이재명 독재 정치만 좋아한다”며 “한 전 대표가 이러한 절박한 심정을 저와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과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국대사관저 점거 농성 사건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등 대여 투쟁력도 부각했다. 이날 정 대표가 농성 사건을 ‘테러’에 비유한 김 후보에게 정정 및 사과를 요구하자 김 후보는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일축하며 날을 세웠다.
친한계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당선인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결선투표 막판 김 후보와 친한계의 전략적 연대가 더욱 선명해졌다. 우 당선인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결선투표 판세와 관련해 “화합의 메시지를 내는 분이 당선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며 “직접 선거를 하며 유권자를 만나 보니 찬탄 25%, 반탄 35%, 화합해야 된다거나 다른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40% 이상 됐다”고 전했다.
반면 장 후보는 김 후보의 이 같은 통합 행보에 대립각을 세우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총력전을 펼쳤다. 장 후보는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가 안·조 의원, 한 전 대표도 끌어안고 가겠다고 하는 것이 저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며 “이들에 대해 결단하고 제대로 뭉쳐 있는 단일대오로 당을 만들라는 것이 당심”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밖에 있는 50명의 적보다 안에 있는 적 1명이 훨씬 더 위험하고 조직을 망가뜨리기 쉽다”면서 “당론을 어기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당을 끌고가는 것을 용인한다면 제대로 싸우는 정당으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후보는 특히 “'윤 어게인'이든, 전한길 씨든 우리와 생각이 일부 다른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사랑하거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겠다는 우파 시민 어떤 분과도 연대하겠다”며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비롯한 강성 당원 표심에 구애했다.
3선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우리 당의 새로운 대표는 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낼 새롭고 젊은 인물이어야 한다”며 장 후보 지지 의사를 재차 공개 표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결선 승부수로 꺼내든 한 전 대표와의 연합 전선 성패에 따라 당선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대표의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앞서 안·조 의원을 찍었던 친한계 표심이 김 후보에게로 이동할 수 있다. 실제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은 김 후보를 찍었다는 투표 인증글을 잇달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 후보가 소탐대실하고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결선에서 외연 확장을 통한 개혁 성향 보수층 끌어안기를 시도하다가 정작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 전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장 후보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장 후보는 당내 구(舊)주류의 지원을 받아 이른바 ‘조직표’ 확보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구주류에서는 김 후보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한 불신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구주류가 미는 장 후보와 친한계가 합세한 김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당내 구도도 급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구주류가 당내 주도권을 더 강하게 쥐면서 친한계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김 후보가 뽑히면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영향력이 입증되면서 구주류와 강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결선투표를 마감한 국민의힘은 1차 경선과 같이 당원 선거인단 투표 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26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최종 당선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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