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미국) 군사장비의 큰 구매국"이라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만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보유한 B-2 폭격기와 급유기, 전투기 등의 성능을 자랑하는 언급을 했다.
이는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입 확대 문제가 한미정상회담의 중요 의제 중 하나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회담에서는 조선업 협력에 대한 심도깊은 얘기가 오갔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조선 분야 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는 일부 선박을 계약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에서 선박을 매우 잘 만든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이 여기(미국)에서 우리 노동자(people)를 이용해 선박을 만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부 선박을 한국 조선소에서 직접 주문하되 일부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에서 건조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트럼프) 대통령님의 꿈으로,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계 지도자 중에 전 세계의 평화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님처럼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실제 성과를 낸 건 처음"이라며 "가급적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주시고 세계사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열린 기내간담회를 통해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동원 등을 의미하는 ‘주한미군 유연화’ 문제에 대해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혀 이번 회담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른바 ‘한미 간 동맹 현대화’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등의 논의는 우리도 필요하다”고 언급해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했다.
안보·경제 주요 의제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점은 대한민국도 주권국가이며 주권자인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망하게끔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 문제, 국방비 문제, 관세 협상 문제,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예측되고 있다”며 “이 순간에도 실무적 협의는 계속되고 있고 저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내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돌발 언행이 잦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화가 무리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읽고 그의 협상 스타일에 대비해왔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이빨이 흔들릴 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 관계와 한반도 지정학적 상황의 입지가 과거보다 많이 어려워진 게 객관적 사실”이라며 “국익을 지키기 위해 과거보다 몇 배 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재배치, 즉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이견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것을 조정하는 것도 협상이기 때문에 (입장 차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험악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친중 이미지’ 논란에 대해서는 “외교에 친중·혐중이 어디 있느냐”며 “국익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외교의 기본과 근간은 한미 동맹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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