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동원 등을 의미하는 ‘주한미군 유연화’ 문제에 대해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른바 ‘한미 간 동맹 현대화’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등의 논의는 우리도 필요하다”고 언급해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했다.
안보·경제 주요 의제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점은 대한민국도 주권국가이며 주권자인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망하게끔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안보 문제, 국방비 문제, 관세 협상 문제,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예측되고 있다”며 “이 순간에도 실무적 협의는 계속되고 있고 저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내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돌발 언행이 잦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화가 무리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읽고 그의 협상 스타일에 대비해왔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이빨이 흔들릴 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 관계와 한반도 지정학적 상황의 입지가 과거보다 많이 어려워진 게 객관적 사실”이라며 “국익을 지키기 위해 과거보다 몇 배 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재배치, 즉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이견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것을 조정하는 것도 협상이기 때문에 (입장 차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하는 것처럼 험악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친중 이미지’ 논란에 대해서는 “외교에 친중·혐중이 어디 있느냐”며 “국익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외교의 기본과 근간은 한미 동맹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에서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에 대한 요구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달 타결한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에 유리하게 된 것 아니냐는 미국 측의 시각이 분명히 있다. 미국 부처 단위에서는 (합의 내용을) 조금 바꾸자는 요구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나라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요구를 하기 마련”이라면서도 “일단 합의가 된 것을 쉽게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관련 질문에는 “원자력은 중요 과제이긴 한데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부적절하니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10월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2018년 상황과 구조는 좀 비슷해보일 수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객관적으로 훨씬 나쁘다”며 “불신도 깊어졌고 적대감도 매우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해나가는 게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동결-축소-비핵화’라는 한반도 3단계 비핵화에 대해서는 “일거에 비핵화를 이룬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일단 멈추고(동결), 축소하고, 종국에 비핵화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동결로만 끝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합의 내용으로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어려운 길이기는 하지만 당연히 가야 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소인수회담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자세한 내용을 전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대통령은 “거의 대부분 미국과의 협상 이야기를 하느라 지연됐다”며 미일 간 회담 노하우를 전달받으려던 목적이 상당히 달성됐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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