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정치권에서는 복귀한 조 전 대표가 여권 정치 지형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조 전 대표가 사면 후 첫 주부터 활발한 대외 활동에 나선 것을 두고도 언짢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와 SNS에서는 조 전 대표의 사면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살펴봤다.
李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혁신당 지지율은 글쎄
특별사면의 여파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 전 대표를 포함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이튿날인 12일부터 3일간 실시돼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59%로 직전 조사였던 7월 3주 지지율(64%)보다 5%P 하락했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특별사면’이 22%로 1위를 차지했다. 조 전 대표 특별사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도 반대가 48%로 찬성(43%)보다 소폭 높았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공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6%로 집계됐다. 지난 주와 동일하게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특별사면(21%)이었다.
대통령실은 조 전 대표를 사면할 경우 지지율이 하락할 것을 예상했지만 대통령의 결정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간담회에서 “정치인 사면을 하게되면 민생 사면의 빛이 바래고 지지율은 4~5% 빠질 거다. 그런데 감수하겠느냐고 했을 때 (이 대통령이) 고민하다 휴가를 가셨고, 휴가 중 연락이 와서 ‘피해가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합시다’해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 전 대표가 귀환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어땠을까? 같은 조사에서 혁신당 지지율은 4%로 전주보다 1%P 올랐지만 조 전 대표의 사면 이전인 지난 달의 지지율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다. 리얼미터가 13∼14일 전국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5.7%로 지난주보다 1.7%P 소폭 상승했다.
SNS에서도 부정 평가가 앞서
서울경제신문이 소셜네트워크(SNS)상의 텍스트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주는 ‘썸트렌드’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조 전 대표 사면을 발표한 11일부터 21일까지의 연관어 긍·부정 평가를 분석한 결과 부정 비율은 67.5%, 긍정 비율은 29.8%로 집계됐다. 부정 연관어로는 ‘논란’ ‘비판’ ‘범죄’ ‘혐의’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같은 기간 ‘특별사면’의 부정 언급 비율은 더 높았다. 부정 비율은 72.7%, 긍정 비율은 25.2%로 나타났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한 11일 부정 언급량은 3590건으로 가장 많았다. 여론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SNS 상에서는 아직까지 특별사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조 전 대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6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셋째 주까지의 SNS와 커뮤니티상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8월 언급량은 13만 2122건으로 6월(7만 4291건)과 7월(5만 9725)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언급량 증가율은 무려 113.75%에 달했다.
사면 영향력 ‘N분의 1’?
이런 가운데 조 전 대표의 ‘N분의 1’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내에서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9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제가 여론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 사면도 (영향이) N분의 1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쪽 정치인들은 조국 사면 때문에 모든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보던데 원자료를 보더라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준호 최고위원은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사면과 관련해서 N분의 1 발언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민주당 내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최고위원은 “사면 자체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 이것을 스스로 받아들일 때 이 부분의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느낌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전 대표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득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의원을 면회하고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사면을 건의했던 당사자로서 지금의 모습은 당혹스럽다”며 “조금 더 자숙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 전 대표는 활발한 공개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당장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25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조 전 대표는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여권 내 비판을) 충분히 받아들이면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며 “당을 다시 활성화해야 할 책무가 있고, 그 점에서 이렇게 뛰고 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지방선거·재보궐 선거 출마 여부, 민주당과의 합당 등 향후 정치적 행보를 두고도 여론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3.4%.
18일 발표된 리얼미터 정당 지지도 조사는 응답률 4.7%, 무선 100% 자동응답 RDD 방식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2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42.1%, 응답률은 13.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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