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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수업 못 따라와…'인강'에 1000만원 쓰는 대학생도

■ 대학가도 '사교육' 의존

강좌당 수강료 10만~20만원 수준

수백만원짜리 패키지 상품 출시도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신소재공학을 공부하는 강 모(28) 씨는 몇 년 전 약학대학 입시 준비를 하면서 인터넷 강의 업체에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유기화학·일반생물학 등 대부분의 이공계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거치는 과목을 개념부터 다시 다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공과목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껴 인강의 도움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기초 개념을 확실히 익힌 덕분에 복학 후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2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학교·대학원 등 고등교육 단계에서도 이공계를 중심으로 사설 교육 업체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재진이 대학 전공 전문 인강 업체 4곳의 커리큘럼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공학·수리·자연·간호 및 의약학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고 사회과학 관련 강좌는 경제·통계학 등 상경 계열 과목이 유일했다. A 업체의 경우 아예 웹사이트 카테고리를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 등 단과대 이름으로 표기하고 ‘교수진 소개’와 함께 세부 전공별 교육 이수 로드맵까지 제시하는 등 실제 대학교의 온라인 수업 포털을 방불케 했다. 통상 한 강좌당 수강료는 10만~20만 원 선이었다. B 업체는 ‘전 과목 프리패스’라며 200만 원대 수업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B 업체 관계자는 “현재 가장 수강자 수가 많은 것은 공학·자연과학 계열”이라며 “최근 고교 교육과정 변화 등의 영향으로 매년 수강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과목 수요도 넓어져 추후 의학계열, 인공지능(AI) 연관 공학 계열 강좌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등록금에 더해 수십~수백만 원대 사설 강의까지 들으면 재정적 부담이 크지만 수강생들은 “인강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학부·계열 단위 모집 전형으로 입학했거나 편입생일 경우 심도 있게 전공을 공부할 여유가 없어 인강으로 보충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열제로 입학해 2학년 때 학과를 정한 강 씨는 “학부 8학기는 전공을 탐색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과로 편입한 김 모(27) 씨 역시 “진도가 밀린 편입생들끼리 ‘명강사’ 정보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대학교수의 강의력이 사교육 업체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씨는 “학문적 역량은 우수하더라도 그걸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는 교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기초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수의 눈높이에 맞춘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강 씨 역시 “강의의 질도, 자료도 인강 퀄리티가 훨씬 좋다”고 평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추후 이공계 대학생의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무전공 선발 제도가 대폭 확대된 데다 자연 계열 진학 시에도 사회탐구 과목 선택을 허용하는 대학이 늘며 ‘사탐런’ 현상도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과탐 단독 응시자가 19만 명으로 전년도(23만 명)보다 크게 감소한 데 이어 올해 세 차례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와 6월 모의평가에서도 일관되게 과탐 과목 이탈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1학년 때 교양 위주로 수업을 듣는 무전공 학과 역시 전공 전문성에는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우흥명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상임회장(강원대 수의과 교수)은 “정부가 고등교육 제도를 재정비할 때 이 같은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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