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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전장이 된 ‘미국의 다락방’





2016년 9월 미국 스미소니언재단이 설립한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NMAAHC)’ 개관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 박물관을 ‘자유를 향한 여정의 기착지’로 표현했다. NMAAHC는 미국 흑인 사회가 1915년 처음 설립을 제안한 지 약 100년 만에 실현된 기념비적 이정표였다. 2017년 2월 취임 한 달 만에 이곳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위대한 박물관’이라고 추켜세웠지만 네덜란드 노예무역에 관한 전시물 앞에서 그가 한 말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에는 박물관이 “놀랍다”는 코멘트와 함께 “내가 얻을 수 있는 모든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NMAAHC를 운영하는 스미소니언을 향해 칼을 뽑아 들었다. 21개 박물관과 14개 연구센터, 동물원 등을 운영하는 스미소니언은 자연사·항공우주·예술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1억 5000만 개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해 일명 ‘미국의 다락방’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약탈 유물 반환, 유해 전시에 숨은 인종차별 바로잡기 등 윤리 행보에 속도를 내왔다. 진보의 가치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워크(woke·정치적 깨어 있음)’라고 폄하하며 적대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노예제 얘기만 하는 스미소니언이 “통제를 벗어났다”면서 법적·재정적 압박을 예고했다. 하버드·컬럼비아 등 대학들이 반유대주의와 DEI 편향을 이유로 정부의 지원금 삭감 등 온갖 압박에 시달린 데 이어 이제 박물관들이 미국 ‘문화 전쟁’의 최전선이 된 것이다.



보수·진보 이념 충돌이 대중문화계와 학교에 이어 역사를 간직하는 박물관까지 잠식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바라볼 수는 없다. ‘분열의 정치’를 끝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도 문화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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