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문화재)와 디지털, 그리고 입체공간. 실물을 넘어 가상으로, 아날로그 국가유산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하는 국내 최초 국가유산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종합 전시 ‘헤리지티: 더 퓨처 판타지’가 오는 23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2관에서 막을 올린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오픈에 앞서 19일 일부 작품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국가유산 콘텐츠와 함께 국가무형유산의 가치를 담은 ASMR 영상, 전통공예품, 현대 작가 작품까지 400평 규모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전시라는 평가다. 이날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장은 “이번 전시는 국가유산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과 실물 유산, 그리고 새롭게 창작된 예술 작품이 한 데 어우러져 새로운 미감 속에서 우리 유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최초의 자리가 될 것”이라며 “국가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전시를 통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며 유산의 활용 및 확장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도입부에서는 ‘한국의 탑’을 재해석한 김준수 작가의 설치 작품이 이번 전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1부 ‘의궤, 영원의 서사’는 조선시대 왕실 기록자료인 ‘의궤’를 3D영상으로 제작한 ‘실감 의궤: 길례’와 ‘실감 의궤: 흉례’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평면의 책으로만 접하던 의궤를 약 65평의 공간에서 실감나는 영상으로 체험하며 관람객들은 국가의례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2부 ‘산수, 끝없는 윤슬’에서는 노루, 구름, 파도 등 영원을 상징하는 ‘십장생도’ 도상들이 뛰노는 ‘윤슬의 시간’ 콘텐츠가 4면을 감싸는 몰입형 공간이 펼쳐진다. 자개의 빛깔로 표현된 한국의 전통 산수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람객들은 마련된 의자에 누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3부 ‘장인, 무한의 울림’은 국가무형유산 장인들의 공예기술을 담은 11편의 영상과 함께 실제 전승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갓일, 장도장, 채상장, 금박장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무형유산과 더불어 전통공예를 모티브로 제작된 인공지능(AI) 영상 ‘자연으로부터’가 펼쳐진다. ‘자연으로부터’는 물, 흙, 나무 등 자연의 소재로부터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공예품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미디어아트로 보여주며, 국가유산이 멈춰있는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마지막 4부 ‘유산, 이음의 물결’은 2024년 강릉 아르떼 뮤지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음을 위한 공유’를 재해석해 선보인다. 우리 국가유산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미디어아트다. 이 작품은 앞서 ‘2025년 레드닷 어워드’ 디지털 솔루션 부문 본상을 수상한바 있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 입국장 와이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던 ‘K헤리티지: 조선왕실 행차 풍경’ 영상과 RFID 센서를 기반으로 도자기를 선반에 올려두면 영상이 피어나는 인터렉티브 콘텐츠 ‘빛으로 공명하는 생명’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강신재 감독은 미디어아트가 투사되는 거대한 벽면에 200여 점의 유물을 설치하고 우리 유물이 지난 아름다운 실루엣이 펼쳐지는 광경을 연출해 물질과 비물질,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연출을 선보인다.
전시는 9월 17일까지다. 관람에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티켓링크와 네이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현장에서도 접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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