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민감한 핵심 쟁점은 반드시 국민께 알리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을 강조했다. 여당이 강하게 추진 중인 검찰·언론·사법 등 이른바 개혁 입법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정책 결정에)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각 부처가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방송법과 양곡관리법, 농안법 개정안을 포함해 지역사랑상품권법 등 총 15건의 법률 공포안이 심의·의결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책 홍보를 강화하고 정부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 중심으로 정부 홍보 기술을 대전환하는 등의 내용의 자유 토론 안건을 보고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정부 부처의 홍보 실적 평가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각 부처의 자체 홍보 수단 및 운영 실태를 파악해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언론이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고의적 왜곡 및 허위 정보는 신속하게 수정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바라보고 ‘공론화’ 발언을 한 것으로 강 대변인은 전했다. 즉 이 대통령이 지칭한 ‘민감한 핵심 쟁점’은 검찰·사법 개혁으로 보인다.
이날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각 부처에 “기존 남북 합의 중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 이행을 준비해달라”고도 했다. 을지연습은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한미 군 당국의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와 연계한 정부 차원의 대비 훈련으로 이달 21일까지 실시된다.
이 대통령은 “진짜 유능한 안보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며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 상태가 가장 확실한 안보 상태”라는 기존의 입장을 각 부처에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을지연습은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으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말해 북한의 반응에 집중했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두 차례 담화를 발표하며 남북 교류 협력 가능성을 차단한 상태지만 거듭 유화적 손길을 내밀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방안들을 검토하겠다는 점을 내세운 셈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인 인기를 언급한 뒤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을 지원할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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