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고 모든 게 끝난 것 같이 보이지만 사태가 시작된 근본적 불씨는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습니다. 저희의 터전은 아직 불안정하고, 작은 혼란들은 곳곳에 남아 있을 겁니다. 이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 노력을 해야만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회복된 신뢰 속에서 대한민국의 중증·핵심 의료는 재건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서울아산병원 사직 전공의)은 1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 모두 발언을 통해 " 1년 반 동안 이어져 온 의정사태의 큰 전환점 앞에 서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단체인 대전협은 이날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들을 소집해 그간 의료계 현안 대응 등 비대위 활동을 보고하고, 재신임에 관한 의견을 묻는다.
대전협 비대위는 지난 6월 박단 전 비대위원장이 돌연 사퇴한 뒤 협상파로 평가받는 한 비대위원장이 이끌어왔다. 이후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 등 3가지 요구안을 내걸고 의료계는 물론 정부·국회와 접점을 늘려가며 활발한 소통 행보를 펼쳐 왔다. 지난 7일에는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제3차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고 사직 전공의들이 이전에 근무하던 병원의 동일 과목·연차에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합의안을 끌어낸 바 있다.
이날 임시대의원총회는 지난달 19일 대정부 3대 요구안을 확정한 뒤 한 달 여만에 소집됐다. 소집 배경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한창인 가운데 일부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 현 비대위의 협상력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탓으로 전해진다. 빅5 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이번주 전공의 원서 모집을 마감하는 만큼, 다음 주 중 예정된 제4차 수련협의체 회의까지 최대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 결과가 하반기 전공의 복귀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그간 비대위가 의협 등 의료계와 국회, 환자 단체 등과 다양하게 소통하며 전공의들이 처한 상황, 수련 연속성 보장의 중요성 등을 알리는 데 노력해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국 수련병원은 지난 11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들어갔다.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수는 2532명으로, 의정 갈등 사태 전의 18.7% 수준에 그친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병원별 신청을 받아 공고한 모집인원은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차 3207명, 레지던트 상급연차(2∼4년차) 7285명 등 총 1만3498명이다. 복지부는 사직 전공의가 원래 근무하던 병원과 과목으로 돌아오는 경우엔 정원이 초과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사후정원을 인정하기로 했다. 입영 대기 상태인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수련을 모두 마친 후 입영할 수 있게 최대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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