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15일 국민임명식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이들은 ‘80명의 국민 대표’였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주권정부’의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대규모 국민 참여 행사로 과학·문화·스포츠계 저명인사부터 일상을 담담히 지켜온 ‘작은 영웅’까지 다양한 이들이 국민 대표로 선발돼 임명식 무대에 올랐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민임명식은 국민 대표들이 원형 무대에 마련된 대형 큐브에 직접 쓴 임명장을 거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국민 대표들은 사전에 마련된 임명장에 이 대통령을 임명하는 이유를 직접 펜으로 적고 서명했다. 임명장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가 내장된 투명 아크릴 재질로 만들어졌다. 12·3 비상계엄 해지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빛의 혁명’을 상징한다. 이들이 작성한 임명장은 ‘나의 대통령으로 임명합니다’라는 문구로 끝난다. 국민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국민 대표’를 대표해 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이는 목장균(80) 광복회원, 이국종(56) 국군대전병원장, 이연수(49) NC AI 대표, 허가영(28) 영화감독 등 4명이었다. 이들은 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가장 마지막에 임명장을 큐브에 올려놓는 역할을 했다.
목 광복회원은 1945년 8월 15일 태어난 ‘광복둥이’다. 광복군 독립운동가 목연욱 지사의 아들로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이 원장은 2011년 청해부대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익히 유명한 인물이다. 당시 석해균 선장을 현장에서 치료했고 2017년에는 판문점에서 귀순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의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 이후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활발히 내왔다. 이 대통령과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이 원장이 근무하던 아주대병원에 전국에서 최초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닥터헬기’를 도입, 배치하면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걸고 추진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인이다.
허 감독은 단편영화 ‘첫 여름’으로 제78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학생 영화 부문(La Cinef) 1등상을 수상한 20대 신예 감독이다. 이를 계기로 6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문화 예술계 인사 초청 행사에도 참석했다. 허 감독은 당시 이 대통령에게 “상업 영화가 아닌 독립 영화나 예술영화가 더 많이 제작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건네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80인의 국민 대표에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경필(74) 씨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 중 배에서 태어났다. 나영의(83) 씨와 김영숙(74) 씨는 어린이날 창시자인 고(故) 소파 방정환 선생의 후손이다. 박훈규(77) 씨는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했다. 박영순(66) 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가두방송의 주인공으로 유명하고 이종창(59) 씨는 1987년 연세대 반정부 시위 당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한열 열사를 부축한 인물이다. 김행균(64) 씨는 2003년 영등포역 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부부 ‘국민 대표’도 눈에 띈다. 유충원(52), 김숙정(53) 씨 부부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앞에서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았다. 김준영(32), 사공혜란(31) 씨 부부는 국내 최초로 다섯 쌍둥이를 자연 임신해 출산했다. 올 3월 경북 영덕 산불 당시 거동이 불편한 마을 어르신 4명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킨 임지호(14) 군은 최연소 국민 대표다.
기업인 참석자도 있었다. 한국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생산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등이 국민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우형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장 △김유원 네이버 클라우드 대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등은 이연수 대표와 함께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들 외에도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부영 전 의원 △여홍철 경희대 교수(애틀랜타 올림픽 체조 은메달리스트) △강제규 영화감독 △박항서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 수석코치 △이세돌 바둑기사 등이 국민 대표로 국민임명식에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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