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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체제 존중, 적대행위 없을 것…대화부터 시작하는 게 순리"

■李대통령 광복절 축사-대북·통일 기본원칙 제시

"싸울 필요 없는 상태가 가장 중요"

대화 테이블 복귀 먼저 손내밀어

당장의 신뢰 회복·관계개선 방점

주한미군 유연성 강조하는 美에

비핵화 협상카드 활용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고 말해 남북 관계 회복을 강조했다. 남북 대화에 반응이 없는 북한에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피력하며 신뢰 구축에 힘을 보태는 한편 25일 잡힌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경우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대북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북한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인내’라는 단어도 두 차례 사용했다. 그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니겠냐”며 지속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특히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국은 자국 헌법에 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망상을 명문화해놓고”라고 언급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찌감치 준비한 경축사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이 있었다”며 김 부부장의 담화에 반응한 메시지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북한을 대화에 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현 정부 초반부터 계속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며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숱한 부침 속에서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며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를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선제적·단계적’이라는 문구를 두고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리가 먼저 움직일테니 북한이 호응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과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다”며 “정상회담 의제에 방위비 문제 등이 연계된 상황에서 한반도 위기 관리 차원의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반응에 따라 한국도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한 협상 카드를 내놓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를 경축사에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보유국을 전제로 미국과 대화를 요구한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해 한미 간 방위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될 경우도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북한과 러시아 관계는 빠르게 이완될 수 있어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광복절 격인 조국해방 80돌 경축대회 연설에서 한국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김 교수도 “이미 북한 내부적으로 러·우 전쟁 이후의 상황에 대한 정책 변화를 모색하며 국제 정세를 관망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국내 정치권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거듭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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