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시즌 국내 남자 골프계에서 가장 빛난 별은 자타 공인 옥태훈(27·금강주택)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개막전 준우승을 시작으로 이후 네 차례나 더 톱5에 이름을 올리더니 6월 말 전반기 마지막 두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2주 연속 차지했다. 투어 유일의 다승자 자리에 오른 옥태훈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상금 1위(8억 2307만 원), 평균 타수 1위(69.09타) 등 주요 부문을 휩쓴 것은 물론 전반기 역대 최다 상금 기록도 세웠다. 이 기세라면 장유빈이 지난 시즌에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11억 2904만 원) 기록도 갈아 치울 수 있다.
옥태훈은 달아오른 감을 이어가기 위해 휴식과 병행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그는 통화에서 “후반기 첫 대회(이달 28일 개막)를 앞두고 1주일에 세 번 정도 5~6㎞ 거리의 러닝을 하면서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자주 라운드를 다니면서 경기 감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옥태훈의 퍼팅 코치인 김규태 프로는 “휴식기 동안 계속해서 9홀 연습 라운드를 같이 돌고 있다. 옆 경사 쇼트 퍼트를 집중적으로 점검 중”이라고 전했다.
2018년 데뷔 이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지만 옥태훈은 우승이 없던 시절처럼 원점에 섰다는 마음가짐으로 후반기를 맞을 생각이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펼쳐진 전반기와는 잔디 상태부터 완전히 다를 거예요. 그런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스윙과 퍼트 등 모든 면에서 빼놓지 않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옥태훈의 스윙 폼은 어딘지 빈틈이 있어 보인다. 피니시 동작이 고르지 못해서 그렇게 보인다. 이유가 있다. 선천적으로 골반이 안쪽으로 말려 있어 완전한 피니시가 안 된다. 옥태훈은 두 번째 우승 뒤 “골반에 장애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거리에서 손해가 있고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무릎에 무리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최고 전통의 KPGA 선수권을 제패하고 그다음 주 또 우승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핸디캡을 극복한 그는 “무릎이 아픈 것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스윙 스피드가 부족한 단점은 다른 선수보다 클럽 로프트를 높게 한다는 느낌으로 올려 치는 연습 등을 반복함으로써 극복하고 있다. 이 부분이 전반기 때 잘 통했던 것 같다”고 했다.
최고의 전반기를 보낸 탓에 후반기를 준비하며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옥태훈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그는 “계속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사람인 이상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예선만 통과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반기 목표는 ‘1승 이상’이다. 1승만 보태도 성공이라는 얘기인데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3개나 된다. 9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과 10월의 더 채리티 클래식, 렉서스 마스터즈다. 최경주 대회와 렉서스 둘 다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에서 열린다. 옥태훈은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코스라 두 대회 중 하나라도 꼭 트로피에 입 맞추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채리티 대회 코스는 (경기 파주) 서원밸리다. 전반기 가장 큰 아쉬움이 4월 서원밸리에서 열렸던 우리금융 챔피언십이니 같은 장소에서 꼭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우리금융 마지막 날 옥태훈은 17번 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2타 차로 연장전에 못 가고 공동 4위로 돌아섰다.
옥태훈의 큰 꿈은 당연히 해외 진출이다. KPGA 투어 우승에 앞서 2022년 아시안 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부터 우승했던 그다. KPGA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에게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 최종전 직행 티켓과 DP월드 투어 1년 시드가 주어진다. 포인트 1위를 끝까지 지키면 해외 진출 혜택을 고민 없이 모두 쓰겠다는 옥태훈은 “시즌이 많이 남았지만 기회가 오면 꼭 잡겠다. ‘골프 선수 옥태훈’을 더 큰 무대에서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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