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동화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핵심 생산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만 생산하던 라인을 전기차까지 조립 가능한 ‘혼류 생산라인’(Mixed-Model Production)으로 전환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전기차까지 조립 가능한 혼류 생산라인 구축에 성공했다. 단순한 설비 변경을 넘어, 공장 전체가 전기차 생산을 염두에 두고 구조적으로 재정비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진행된 라인 전환 작업에는 하루 최대 740명의 인력을 투입해 총 68개 설비를 업그레이드했다.
이 생산라인은 하나의 라인에서 최대 4개 플랫폼, 8개 차종까지 조립 가능한 ‘ASL(Alliance Standard Line)'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을 대폭 향상시킨 것으로, 현재 중형 SUV 모델 ‘그랑 콜레오스’를 생산 중이다. 향후에는 개발 중인 전기차 ‘오로라2’도 같은 라인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를 동일 라인에서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차량 모델의 다변화와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이 큰 미래차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이번 생산라인 전환은 이 같은 경험과 기술적 토대를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완성도 있게 진행됐다. 르노코리아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SM3, SM5, 전기차 SM3 Z.E. 등 7개 차종을 한 라인에서 생산한 바 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부산공장은 이 분야에서 국내 선도 사례로 평가받는다”며 “실제 르노 그룹 전체 내에서도 품질지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빠르게 전환 가능한 생산 유연성은 향후 다양한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공장의 경쟁력은 단지 생산 유연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첨단 자동화 설비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제조 환경’도 르노코리아의 강점이다.
공장 내 차체 조립라인에는 887대의 로봇이 투입된데다가 미래차 생산을 위한 기술도 적극 도입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SPR(Self Piercing Rivet)과 FDS(Floor Drill Screw) 방식의 신규 공법이다. SPR은 알루미늄과 강판 등 이종 금속 간 결합을 위한 리벳 접합 방식으로, 기존 용접 방식보다 정밀하고 경량화에 유리하다. FDS는 초고장력 강판을 나사 형태로 결합해 강성을 높이면서도 구조를 간소화하는 데 유용하다.
전기차는 배터리 등으로 인해 차체 무게가 내연기관차보다 약 25% 무겁다. 이를 고려해 르노코리아는 조립 라인에 전기차 전용 서브 라인을 추가하고 섀시 행거(Chassis Hanger) 등 하중을 버틸 수 있는 고강도 설비를 마련했다. 도장공장 역시 전기차 특성에 맞게 신규 설비를 도입해 차체 내외의 마감 품질도 한층 강화했다.
생산 이후 품질 검수에도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AI 비전 검사 시스템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품까지 고정밀 카메라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판독하며 기존 검사 방식 대비 정확도와 속도를 모두 향상시켰다. 이 시스템은 작업자가 직접 모델을 설정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으로 설계돼 현장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른 품질 편차도 줄여준다.
부산공장의 혁신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며 르노코리아 브랜드 역사상 최단 기록을 세웠다. 동급 대비 높은 상품성과 세련된 디자인, 우수한 주행성능으로 국내 고객들의 선택을 받았으며 2024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서는 평가 대상 SUV 중 최고점을 받아 1등급을 획득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부터 중남미를 시작으로 ‘그랑 콜레오스’의 해외 수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그룹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자산과 르노코리아 연구진의 기술력이 집약된 모델로, 고강도 소재를 활용한 차체 설계와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 장치를 탑재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격변의 시기를 맞은 지금,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을 중심으로 기술 혁신과 생산 유연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수는 물론 수출 확대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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