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AI 관련 헤지펀드에도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태생의 리오폴드 아셴브레너(23)는 지난해 초인공지능의 장래성과 위험에 관한 165쪽짜리 에세이를 발표한 뒤 AI 분야 인플루언서로 급부상했다. 그는 이 지명도를 이용해 곧장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를 설립했다. 그는 이 지명도를 이용해 곧장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를 설립했다.
아셴브레너는 전문적 투자 경험이 없는데도 경륜 있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보다 더 많은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고 현재 15억 달러(약 2조 원)가 넘는 자산을 운용 중이다. 반도체와 인프라, 전력 업체 등 AI 기술 발달로 수혜를 볼 글로벌 주식과 앤스로픽 같은 몇몇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그의 주된 투자 전략이다. AI 발전에 뒤처질 산업군 주식에는 일부 쇼트(공매도) 전략도 취해 위험을 상쇄할 계획이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올해 상반기 수수료를 빼고도 47%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배당금을 포함한 수익률이 6% 정도였다.
오픈AI에서 연구원으로 잠시 일하다 퇴사한 아셴브레너는 결제업체 페이팔과 AI 방산업체 팰런티어 등을 창업한 억만장자 피터 틸의 헤지펀드에서 근무했던 칼 슐만을 리서치 책임자로 영입했다. 이 헤지펀드의 후원자로는 결제업체 스트라이프를 창업한 패트릭-존 콜리슨 형제, 메타의 AI 개발을 이끌도록 영입된 대니얼 그로스와 냇 프리드먼 등이 있다.
AI 붐을 겨냥한 헤지펀드는 이뿐 아니다. 전 퀀트 트레이더 벤 호스킨과 데이비드 필드가 설립한 '밸류 얼라인드 리서치 어드바이저'도 지난 3월 출범했는데 벌써 자산 10억달러를 달성했다. 베테랑 헤지펀드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헤지펀드 '포인트72 애셋 매니지먼트' 설립자이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메츠 구단주이기도 한 스티브 코언은 지난해 자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에릭 샌체즈에게 AI에 초점을 맞춘 헤지펀드를 설립하도록 하면서 직접 사재 1억5천만달러(약 2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AI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앨런 튜링의 이름을 따 튜리온이라고 명명된 이 펀드에는 지금까지 20억달러가 넘는 투자금이 들어왔고, 올해 들어 수익률은 약 11%다.
WSJ은 "AI 열풍에 편승하려는 테마 펀드가 생겨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최근 몇 년 새 청정에너지 전환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특화한 헤지펀드가 크게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잘되는 테마를 가려내는 것과 이를 잘 거래하는 것은 별개"라며 올해 1월 중국 기업 딥시크가 저비용·고효율의 AI 챗봇을 공개한 뒤 벌어진 주가 급락은 성공한 AI 기업의 가치평가가 지닌 취약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AI 투자자들은 비록 출렁임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AI의 개발과 보급 추세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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