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 중이던 아랍권 위성방송 소속 기자 5명이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11일(현지 시간) 알자지라와 CNN,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알자지라 소속 기자인 아나스 알샤리프(28)는 전날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정문 밖에 설치된 취재용 천막에 있다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졌다. 또 다른 기자인 모하메드 크레이케, 카메라맨 이브라힘 자헤르, 모하메드 누팔, 모아멘 알리와 등이 함께 변을 당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알샤리프 기자는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알자지라 기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로, 매일 정규 보도를 통해 현장 상황을 전해왔다. 그는 사망 직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동부와 남부 지역에 집중적인 공습을 가하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 사실을 인정하면서 알샤리프 기자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일원이었다며 공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기자로 가장한 테러리스트를 공격한 것”이라며 “아나스 알샤리프는 하마스의 한 테러 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하며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부대에 대한 로켓 공격을 추진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 측은 이스라엘군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알자지라의 편집국장 모하메드 모와드는 영국 BBC 방송에 알샤리프가 공인된 기자로 “가자지구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목소리였다”고 밝혔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래 186명의 언론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CPJ는 이스라엘군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언론인을 하마스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공격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CPJ에서 가자지구를 담당하는 사라 쿠다는 “기자는 민간인이며 결코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 살인 사건을 지시한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후 주요 사건에 대한 보도를 둘러싸고 대립했다. 이스라엘은 알자지라의 전쟁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4월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알자지라법’을 제정했고, 같은 해 9월 이를 근거로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알자지라 지국을 급습해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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