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잡은 첫 우승 기회를 아깝게 놓친 선수의 다음 모습은 크게 둘로 나뉜다. 좌절감에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거나 곧바로 또 우승 기회를 잡아 스타로 발돋움하거나. 고지원(21·삼천리)은 두 번째 모델의 완벽한 사례가 됐다. ‘슈퍼스타’ 윤이나와 같은 조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고 2023년 데뷔 후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고지원은 올해 6월 맥콜 오픈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3승을 올린 고지우의 동생. 이로써 박희영·박주영에 이어 투어 두 번째 ‘자매 우승’ 진기록이 탄생했다. 한 시즌에 자매가 둘 다 우승한 것은 고지우·고지원이 최초다.
고지원은 10일 제주 서귀포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파72)에서 끝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에서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2타 차 우승을 했다. 상금은 1억 8000만 원. 올해 9개 대회에 나와 받은 시즌 상금(약 1억 5000만 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고지원은 시드 순번이 낮아 1·2부 투어를 병행하고 있었다. 이제 2027년까지 시드 걱정은 없다.
이날 3라운드 잔여 네 홀에서 모두 파를 적으면서 고지원은 18언더파를 기록, 노승희에 2타 앞선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다. 전반에 버디만 2개를 챙겨 독주하던 그에게 위기는 어려운 홀인 15번(파4)에서 찾아왔다. 전 홀에서 추격자 노승희에게 버디를 맞아 2타 차로 쫓긴 고지원은 15번 홀의 그린 옆 어프로치 샷이 짧아 보기를 범할 상황이었다. 노승희가 짧지 않은 파 퍼트를 넣은 직후라 더 부담스러웠다. 못 넣으면 1타 차. 하지만 고지원은 3m 남짓한 파 퍼트를 아무렇지 않게 넣고 2타 차를 지켰다. 4라운드 성적은 버디만 3개. 우승 퍼트 뒤 기다리던 언니와 뜨겁게 포옹했다.
1주 전 오로라월드 대회에서 난생 처음 마지막 날 챔피언 조 경험을 했던 고지원이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맞은 것. 중·후반 나온 보기 3개가 뼈아팠는데 그래도 16~18번 세 홀 연속 버디로 마무리하면서 1타 차 공동 2위(우승은 베테랑 배소현)를 했다. 고지원은 우승을 놓친 좌절감 대신 또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고향 제주에 왔고 생애 두 번째 챔피언 조 경기를 우승으로 연결했다. 지난 시즌 대비 5㎏쯤 체중을 늘리고 거리 늘리는 훈련에 매달린 결과 더 편한 골프를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통산 3승의 노승희는 19언더파 2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인 디펜딩 챔피언 윤이나는 17언더파로 이다연과 공동 3위다. 박성현은 14언더파 공동 11위, 고지우는 8언더파 공동 41위를 했다. 상금·대상 포인트·다승(3승) 1위 이예원은 이 대회에 나오지 않고 휴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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