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늘릴 것을 요구하려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달 말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실제 이 같은 내용의 안보 청구서를 제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통령실은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자체 입수한 ‘한미 합의 초기 초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기준 GDP의 2.3%인 한국의 국방 지출을 3.8%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초안이 현실화되면 우리의 국방비 지출은 50% 가까이 증액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또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을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증액하는 방안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양국이 2026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1억 달러로 합의한 점을 감안하면 분담금을 2배가량 늘리려 한 셈이다.
이와 함께 “대북 억제를 지속하는 동시에 대(對)중국 억제를 더 잘하기 위해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이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도 우리 측에 요구하는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언급됐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3.8%라는 수치를 한국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는지 아니면 정상회담을 통해 요구할지 불확실하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 국방비 증액을 중심으로 미국이 제기할 수 있는 다양한 요구 사항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 간 호혜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방비 지출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도 원자력협정 개정 등 미국과 주고받기 협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단기간 내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는 상황을 피하고 최신 미국산 무기 도입 등의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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