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문턱을 낮춘 홍콩거래소에 중국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노크하고 있다. 거래소가 규정을 변경해 기업들의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고 효율적인 상장 절차 지원에 나서면서 투자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비렌테크놀로지는 최근 홍콩거래소에 비공개 상장을 신청했다. 비렌테크놀로지는 2019년 중국 인공지능(AI) 대표 기업인 센스타임의 장원 총재가 창업한 회사로 고성능 GPU와 AI 가속기 개발에 특화해 중국 내 엔비디아의 유력한 경쟁사로 불리는 곳이다. AI GPU와 반도체 설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미국의 수출규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분야로 꼽힌다. 상장 계획과 재무 현황을 조기에 공개할 경우 경쟁사나 해외 규제 당국에 회사의 전략과 매출 전망, 고객 네트워크를 노출할 위험이 있다. 홍콩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5월 적자 상태의 기술·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비공개 상장 신청 옵션을 도입했다. 기업이 상장 계획을 공개하기 전에 재무 및 운영 정보를 거래소와 규제 당국에 제출해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중국판 ‘챗GPT’를 만드는 AI 스타트업 미니맥스도 지난달 중순께 홍콩거래소에 상장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회사 엔플레임테크놀로지와 AI 기업 즈푸 역시 홍콩거래소에 비공개 상장 신청을 앞두고 있다. FT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홍콩 시장에 상장을 신청한 기업 수는 43곳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조달한 자금 규모는 총 135억 90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총액인 112억 2884만 달러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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