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8·22 전당대회가 아스팔트 극우의 상징인 전한길 씨에 대한 논란으로 블랙홀에 빠지고 있다.
9일 야권에 따르면 전 씨는 전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조경태 대표 후보,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등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후보 연설 도중 당원들을 향해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다. 이에 전당대회장에서는 찬탄·반탄(탄핵 반대) 후보 지지자들 간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후보들 비전 발표보다는 전 씨 논란이 화제를 모았다.
결국 당 지도부는 전 씨가 합동연설회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전대 행사 출입을 금지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이를 두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공방을 벌였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 진흙탕 만들어”
찬탄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그의 출당 및 제명을 촉구했고 반탄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전씨를 옹호했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한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지도부는 어제 벌어진 전한길 논란에 대해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전 씨를 제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전한길 등 극단 세력은 수렴청정하며 '당권 농단'을 자행할 것"이라며 "전한길은 곧 '국민의힘 해산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옹호론자들이 합동연설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각목만 안 들었지 지난 시절 민주당 전당대회에 침입한 '정치깡패 용팔이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도부는 전씨의 전대 출입 금지를 넘어 즉각 출당 조치를 하기를 바란다"며 "피고인 윤석열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들의 폭력적 언어와 거짓 선동에 휘둘리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전 씨의 출입을 허가한 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내부 총질 하면서 전대 치르려는 태도 용서못해”
반면 김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당이 일부 인사에게만 경고 조치를 한 것은 명백히 미흡했다"면서 "균형 잡힌 대응이 없다면 분란과 갈등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주적은 폭주하는 독재 이재명 정권이고 야당을 적으로 삼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이라며 "갈등을 녹여 용광로처럼 하나로 묶어 내고, 그 과정에서 불순물이 있다면 철저히 걸러내겠다"고 강조했다.
장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번 전대를 기점으로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안 후보처럼 고약한 프레임으로 나까지 엮어 내부 총질을 하면서 전대를 치르려는 태도는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합동연설회에서 전 씨를 비판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를 겨냥 "도발 행위를 한 특정 후보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불이익을 주는 조치의 기준과 무게는 누구에게나 늘 공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전 씨는 당 윤리위 징계 조치에 대해 "언론 탄압",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부터 징계하라"며 반발했다. 그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도 참석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당대회 ‘친길 vs 반길’로 전락
앞서 전 씨는 당내에서 존재감을 꾸준히 드러내 왔다. 이미 평당원이 아닌 정치인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전당대회 초반에는 전 씨가 입당 소식을 공개하면서 당 극우화 논란에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때마다 반탄 주자들은 전 씨를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삼는 반면, 찬탄 주자들은 전 씨와 각을 세우며 선명성을 부각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가 '친윤 대 반윤' 구도가 아니라 '친길 대 반길' 구도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이 전 씨를 끝내 제명한다 해도 당원권 자격만 박탈될 뿐이라 논란의 근본 원인은 제거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후보들은 이날 수도권과 경북에서 일정을 소화하며 표심을 공략했다.
김 후보는 경기 성남 수정·중원과 용인·고양에서, 장 후보는 성남 중원과 용인·수원에서 각각 당원들을 만나며 당심 구애에 나섰다. 안 후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이영훈 목사를 예방했다. 조 후보는 경북 영주·포항 당원들과 문경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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