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대방동에는 원시인들이 살았을 것 같은 크나큰 동굴 속에 자리한 특이한 청소년 센터가 있다. 사실 해당 센터는 수십년간 군사용 벙커(BUNKER)로 사용되던 곳이었으며 군부대가 이전한 이후에는 와인저장고와 나무창고 등으로 활용됐다. 서울시는 이 지하벙커를 3년전 리모델링 해 청소년들이 각종 IT기기를 이용하거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청소년 센터로 탈바꿈시켰다.
서울시는 7일 ‘건축기행 방문 우수건축물 투어’ 행사를 통해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한 장소들을 공개했다. 이 중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벙커 대방 청소년 센터’는 33도를 웃도는 한여름에도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 있을만큼 선선했다.
지하 3층에 연면적 1489㎡ 규모인 센터에는 메타버스 관련 기기 등 다양한 체험 도구로 가득했으며 시원시원한 공간 활용이 인상적이었다. 센터 2층 안쪽에 자리한 농구장에는 농구를 배우기 위한 청소년들이 코치의 지도에 따라 몸풀기 운동을 하는 등 유소년 이용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해당 센터는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공간 활용도와 미적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센터를 설계한 조진만 건축가는 “해당 센터는 벙커를 지역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건물로 2개 층인 공간의 절반을 헐어내 공간의 깊이를 확장했다”며 “계단식 공연장 외에도 카페와 간소한 정원으로 꾸며진 3층 공간 등 다층구조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으며 곡면 천장을 선형 자재와 조명으로 활기 있게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의도나 경희궁 근처에 있는 벙커는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폐쇄 절차를 밟았지만 이곳 벙커는 3년 넘게 청소년 센터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먀 “구조벽 사이에 구멍을 둬서 공기가 지나가게 하는 방식으로 설계해 여름에는 선선하고 겨울에는 비교적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한 것 또한 장점”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영등포에 자리한 ‘생각공장’과 ‘신길 중학교’를 비롯해 용산구 해방촌에 자리한 지붕 건물인 ‘클라우드(CLOUD)’, 창덕궁 근처에 자리한 건축설계사무소 ‘원서작업실’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제43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작에는 기둥 없는 건물의 내부를 빛으로 채운 ‘코어해체시스템’이 선정됐다. 서울시는 올해 건축상에 총 8개 작품을 선정했으며 다음달부터 두달여동안 북촌문화센터 등에서 수상작 관련 사진 등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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