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한 지 하루 만인 7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추가 소환 조사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낮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여사가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신속히 신병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검팀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3가지 사건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는데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입증이 비교적 확실한 혐의부터 적용해 신병을 확보한 뒤 향후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영장 청구는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진행했다”며 “법이 정한 구속영장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을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김 여사는 전날 오전 10시 23분부터 오후 5시 46분까지 약 7시간 23분 동안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씨를 통한 공천 개입,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통일교 청탁 등 5가지였다. 그러나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명 씨가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보냈다” “선거운동을 도와주라고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금품 수수 의혹 역시 전면 부인했다. 김 여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전 씨를 통해 건넨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고가의 선물은 “본 적도,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등 다른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김 여사를 몇 차례 추가 소환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특검팀은 곧바로 신병 확보에 나섰다. 김 여사가 앞으로도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와 진술이 확보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이 주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의 법정 기간이 제한된 점도 빠른 영장 청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여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달 12일 진행된다. 영장이 발부되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다.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남은 기간 동안 혐의를 쪼개 단계적으로 기소하는 이른바 ‘살라미 식’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소환 일정 조율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그리고 특검이 인지한 ‘집사 게이트’ 등 아직 진척이 더딘 사건들에 대해서도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에는 특검 수사 전반이 타격을 입고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단 한 차례 조사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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