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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만원 내고 먹어요?"…직장인 점심 풍경 이렇게 달라졌다는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이미지투데이




“김치찌개 한 그릇이 1만원을 훌쩍 넘어 점심 먹기가 겁나요”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전모 씨(27)는 요즘 점심시간마다 계산서를 볼 때 한숨이 나온다. 구내식당이 없어 외부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데, 주 5일만 먹어도 한 달 점심값이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월세보다 점심이 더 부담스럽다”는 푸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식 물가는 25% 올랐다. 김밥 값은 38%, 햄버거 35%, 짜장면은 34%나 상승했다. 직장인들이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던 구내식당도 같은 기간 28% 줄어, 매달 100곳 이상 문을 닫았다.

페이코가 올 상반기 900만건의 식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직장인 점심 평균 지출액은 9500원으로 2017년 6000원에서 58% 늘었다. 강남·여의도·서초 등 주요 업무지는 1만 3000~1만 5000원까지 올라 전국 평균보다 2000원 이상 비싸다.

최근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점심 한 끼도 전략적으로 계획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외식 물가가 치솟고 구내식당은 급격히 줄면서, 도시락을 정기 배송받는 구독형 서비스가 직장인과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도시락은 단순히 ‘싸게 때우는 밥’이 아니라 맛과 영양, 편리성까지 챙긴 ‘가심비 점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룸서비스 딜리버리 홈페이지 캡처


“사무실로 도시락이 온다”…단체 구독·보온 배달까지


점심값이 부담되자 직장인들은 ‘구독형 도시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부서 단위로 도시락을 단체 구독해 먹는 회사도 늘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럿이 함께 정기 주문하면 가격이 더 저렴하고, 회의 전후로 사무실에서 바로 식사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1만원 안쪽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팀별로 도시락을 먹으니 외부 식당을 찾을 필요가 없어 업무 시간도 절약된다”, “한여름·한겨울에 식당 앞에 줄을 서지 않아도 돼 편하다”는 후기가 잇따른다.

점심시간 사무실에 배달된 런치랩 도시락. 사진=독자 제공


서비스 업체 ‘런치랩’은 서울 전역에서 최소 3인 이상만 모이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도시락을 배송한다. 가정식 반찬 도시락부터 식단 관리용 샐러드·샌드위치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단체 주문 시 30분 이상 지연되면 전액을 보상한다. 가격은 도시락 1개당 8800원, 첫 주문은 50% 할인(4400원)으로 체험할 수 있다. 평균 1만원이 넘지 않는 가격에 영양소를 챙길 수 있어 인기다.

특히 남은 음식을 그대로 박스에 넣어두면 다음 날 회수해 가는 ‘수거 서비스’가 편리하다. 별도의 쓰레기 처리가 필요 없어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강남·서초·송파 등 직장인 밀집 지역에서 운영되는 ‘룸서비스 딜리버리’는 국물류까지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보온 도시락을 배달해 호응을 얻고 있다. 스테인리스 보온 용기를 사용해 국과 탕이 식지 않으며, 정가는 1만 1000원이지만 정기 구독 시 9500원, 첫 주문 시 55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더위에 밖에서 줄 서기 힘든데 사무실까지 배달돼 편리하다”, “잔반은 박스에 넣기만 하면 돼 청소가 필요 없다”, “회사 식당이 없어 하루 1만원 넘게 쓰던 점심값을 절반으로 줄였다”, “메뉴가 매일 달라 질리지 않는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사진 제공=GS리테일


대학생·기숙사생의 ‘생존 무기’…편의점 예약 도시락


그러나 수입이 적은 대학생들에게는 구독형 도시락도 부담이다. 게다가 최소 3인 이상 주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1인 사용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편의점 픽업 예약 도시락’이 생존 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앱 ‘우리동네GS’를 통해 도시락 사전 예약 서비스를 운영한다.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56.6% 증가했고, 도시락 매출은 전체 간편식 상품의 61%를 차지할 만큼 핵심 상품으로 떠올랐다. 대표 메뉴 ‘정성가득비빔밥’은 600kcal 저칼로리 구성에 국산 쌀과 6가지 나물을 사용해 재구매율이 30%에 달한다.

세븐일레븐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밥과 반찬을 20% 이상 늘린 ‘한도초과 기사식당 도시락’을 출시했다. 기사식당 한상차림 수준의 포만감과 퀄리티를 강조하며, 간단한 간편식을 넘어 ‘프리미엄 도시락’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생 김모 씨(23)는 “학교 식당은 저렴하지만 시간상 이용이 어렵다”며 “편의점 예약으로 5000원 안팎에 한 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의가 몰린 날에도 밥을 굶지 않아도 되고, 프리미엄 도시락 덕분에 영양도 챙긴다”고 덧붙였다.

‘가심비 도시락’이 바꾼 점심 풍경


한때 저렴한 밥 한 끼였던 도시락은 이제 △맛과 영양 △시간 절약 △건강식 옵션까지 갖춘 ‘가심비 점심’으로 자리 잡았다. 단체 도시락 구독 서비스, 보온형 배달, 편의점 사전 예약까지 직장인과 대학생 모두 외식 대신 스마트한 도시락 소비를 선택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런치플레이션으로 점심값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식당 대신 편의점, 구내식당, 도시락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메뉴 고민을 줄이고 식비를 아끼려는 직장인들이 구독형 도시락과 예약 도시락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독 경제가 서비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만큼, 도시락 구독 역시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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