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에서 80대 여성이 몰던 차량이 단독주택으로 돌진해 마당에서 놀던 12세 윤주은 양이 숨진 가운데 유족 측은 아직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은 양의 아버지 A씨는 4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주은이만 바깥에 나와 텐트를 드나드는 사이 사고가 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오후 6시40분께 양평군 용문면에서 80대 여성 A씨가 몰던 승용차가 단독주택으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단독주택 마당에 있던 윤주은 양이 차량 등에 깔려 크게 다쳤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80대 운전자는 당시 마을 이면도로에서 우회전하려다 운전대를 잘못 조작해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았고, 정면에 있던 가정집 철제 담장을 허물고 마당으로 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둘째 딸과 조카, 조카의 친구는 집 안에 있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며 “주은이는 총총 뛰어다니며 보드게임과 컵라면 등을 텐트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텐트에 들어간 지 1분도 안 돼 사고가 난 것”이라고 떠올렸다.
A씨는 사고 당일을 “정말 완벽한 하루”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은이와 같이 땀 흘려 한 게 처음이었다. 땀 흘려 같이 텐트를 지으며 딸이 재밌어하는 걸 느꼈다. 사춘기 딸과 친해지기가 어려운데 친해질 수 있어 저도 좋았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윤주은 양은 텐트를 마당 구석에 치자고 했지만, A씨의 고집대로 텐트는 마당 중앙에 자리 잡았다. 이를 두고 A씨는 “딸의 말대로 마당 구석에 텐트를 쳤다면 딸의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자책했다.
A씨는 “아직도 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딸이 신청해놓은 문제집이 도착해 아내와 펑펑 울었다”며 “꿈에서 깨면 옆에 딸이 있을 것 같다. 아이 방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사고를 낸 80대 운전자는 현재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다만 사고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유족에게 합의를 시도하거나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이 사건은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처벌을 안 받는 게 아니다. 재판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렇다면 아마 운전자가 합의를 시도할 것이다. 합의하게 되면 그때 사과하러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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