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무역 협상의 핵심 의제였던 자동차 관세 시행 등을 두고 미국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자 일본 측 협상단 대표를 맡았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다시 미국을 찾는다.
5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미국과의 추가 협상이) 매우 급한 일이며 정부로서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대면 회담 등을 통해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한 지 2주가량이 지났는데도 명문화된 합의문이 없고 시행 시기도 알 수 없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이날부터 닷새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할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달 23일 미국과 무역 협상을 통해 현재 27.5%인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낮췄다. 그러나 새로 조정된 관세율 적용이 이날까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요타·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27.5%의 관세를 계속 부담하고 있다. 자동차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무역 협상을 진행할 때 명운을 걸고 논의했던 핵심 의제로, 양국 모두 대미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일본과 같은 관세율을 받아냈지만 구체적인 적용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자국 업체들은 관세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반면 경쟁국 자동차는 관세율이 낮아지면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이 지지층 텃밭인 디트로이트에 피해를 키우는 역설을 낳고 있다”며 “새 무역협정을 보면 도요타·폭스바겐 등 해외 경쟁사에 도움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관세율을 놓고 미국 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수정된 관세율을 서둘러 시행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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