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성형 AI가 광고 제작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이 같은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콘텐츠 생산 속도는 획기적으로 빨라졌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를 정교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2025년 깐느 라이언즈 심사위원단도 AI의 역할에 대해 비슷한 관점을 공유했다. 심사단은 “AI는 창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맥락을 구현하는 가속기 역할을 한다”고 언급하며, 기술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대하는 태도임을 강조했다. 광고 업계는 기술과 감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기준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광고 시장에서도 AI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 전략에 맞춰 효율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디렉터스컴퍼니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기술을 내부화하고 실무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2022년 생성형 AI 기반 3D 콘텐츠 제작사인 스카이인텔리전스(구 디렉터스테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 기반 광고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결정은 단기적 비용 절감이나 유행 대응이 아닌, 광고 제작 방식의 구조적 변화를 염두에 둔 장기 전략의 일환이었다.
디렉터스컴퍼니는 이후 다양한 업종의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AI 기술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PXG와의 캠페인에서는 주요 영상은 기존 제작 방식을 유지하되, 제품 설명이나 SNS 콘텐츠 등 반복적이고 시각 중심의 콘텐츠는 AI 기술을 통해 제작되었다.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의 속도와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 다른 사례로, 거리측정기 브랜드 부쉬넬의 제품 영상은 대부분 AI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제품별 콘텐츠를 짧은 기간 내에 구현할 수 있었다. 특히 2024년 출시된 A1 모델은 관련 콘텐츠가 캠페인 초기에 집중적으로 공개되며, 빠른 시일 내 완판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은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디렉터스컴퍼니에 따르면, 최근 3년간 AI 기반 콘텐츠 매출은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전체 매출은 42% 증가, AI 콘텐츠 부문은 290%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디렉터스컴퍼니는 LG전자, IBK기업은행, 유한킴벌리, 코웨이, 노스페이스 등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적용과 브랜드 해석을 병행하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디렉터스컴퍼니는 과거에도 LG 올레드 TV, 캘로그 파맛 첵스, 페이퍼그램 등 실험적 크리에이티브로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최근에는 AI 기반 콘텐츠 영역에서도 내부 제작 시스템을 활용하며 경험을 축적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AI를 도입할 것인가’보다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콘텐츠의 양이 많아질수록, 브랜드 메시지를 유지하는 감도 높은 크리에이티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기술을 통해 감정과 맥락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각 조직의 역량에 달려 있다. 광고 산업의 경쟁력은 점점 더 ‘기술을 활용해 무엇을 놓치지 않을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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