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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12일 전쟁'과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을 둘러싼 말싸움의 잔해가 가라앉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최소한 1년 이상 무력화될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증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정통한 소식통은 필자에게 “이란은 더 이상 핵무장국 진입 문턱에 서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설사 이란이 비밀리에 핵개발 활동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운반이 가능한 핵무기를 만드는데 적어도 1~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스라엘과 미국 소식통은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의 상당수가 파괴되었고 우라늄을 무기화하는 공격적인 프로그램도 대체로 힘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이란은 이스라엘의 전자장비시스템을 무력화할 전자기펄스(EMP) 무기와 보다 복잡한 핵융합 폭탄을 연구중이었다.

이란의 가장 뼈아픈 손실은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으로 핵 개발을 이끌어온 과학자들이 거의 모두 사망했다는 점이다. 소식통들은 개전 초기 이란의 1등급과 2등급 물리학자 및 핵 과학자와 3등급에 속한 나머지 과학자 대다수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들의 제거를 통해 젊은 이란 과학자들이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핵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차단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신한다.

이란의 군사 및 과학 분야의 엘리트들을 겨냥해 거의 동시에 단행된 공습은 이스라엘의 놀라운 정보수집력과 표적 설정 능력을 과시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여러 갈래의 복잡한 데이터를 세계 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정밀하게 조율하는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다.

미국은 벙커 파괴용 폭탄을 탑재한 공군의 B2폭격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한 해군 함정을 동원해 이란에 결정타를 날렸다. 미국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 프로그램 무력화 시도의 정점을 찍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성공에 따른 일부 지분을 쥐어주었으며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 13일 이스라엘에 이란 공습을 단행해도 좋다는 청신호를 보내면서도 미국은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경우에 한해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가 종전을 선언했을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한 최종 공격 단계로 진입중이었다.



이스라엘의 사후평가는 일반에 공개된 미국 측의 상세한 분석과 대체로 일치한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합작한 공습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했고 지하 깊숙이 위치한 거대하고 복잡한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핵분열성 물질을 무기화하는데 필요한 철판으로 바꾸어주는 변환시설이 이스파한 공습으로 파괴됐고 400㎏의 고농축 우라늄을 숨겨두었던 저장시설도 매몰됐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설사 이란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고농축 우라늄을 갖고 있다 해도 방사능을 발산하는 핵물질로 채워진 ‘더러운 폭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진행된 개전후 첫 이틀간의 군사작전으로 이스라엘은 이란이 보유한 3000발의 탄도미사일 중 절반과 500기의 미사일 발사대 가운데 80%를 파괴할 수 있었다. 앞서 이란이 탄도미사일 비축량을 8000발로 늘릴 계획이었기 때문에 지난번의 공격이 연기됐더라면 이란의 반격으로 이스라엘 본토가 훨씬 심각한 피해에 노출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핵 시설과 그곳에서 일하는 과학자들 이외에 이스라엘은 지휘본부, 문서저장고, 연구실과 실험 장비 등 핵 프로그램의 병참 토대까지 공격해 파괴했다. 이로 인해 이란의 핵 억제력 보유 의지가 오히려 커졌을지 모르지만 파괴된 모든 핵심 요소들을 재건하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결정적인 12일 전쟁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처한 남은 정책 딜레마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개를 막기 위한 새로운 협정을 추진할 것인지 여부다. 미국측 관리들에 따르면 테헤란은 우라늄 농축을 금지하라는 워싱턴의 요구에 아직까지 귀를 닫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이 1968년 체결된 핵확산방지협정(NPT) 가입국으로 남아있기를 희망한다. 이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시설에 대한 현장실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오랫동안 대부분의 이란 핵 시설은 잔해와 먼지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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