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디지털관광증 ‘나우다(NOWDA)’가 출범을 앞두고 업계 반발에 부딪혀 애초 계획보다 축소 운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이은 바가지 논란 등으로 관광 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신사업까지 휘청이며 도 차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제주도에 따르면 7월 시범운영을 시작한 나우다는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디지털 증명서로 관광객이 QR코드를 통해 관광지 입장료와 식음료비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 횟수에 따라 멤버십 등급도 차등 제공한다.
제주도는 당초 ‘나우다패스’ 자유이용권을 통해 렌터카 대여와 음식점, 관광지, 숙박업소 등에서 대폭 할인된 연계상품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앞서 6월 도내 관광사업장 설명회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오영훈 도지사는 최근 주간혁신성장회의에서 “나우다를 통해 MZ세대의 일상과 트렌드를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 제주도의 정책 비전을 명확히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차갑다. 제주도관광협회 산하 분권위원회에서는 나우다패스 참여를 위해 입장료를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이 이미 잘 구성된 상황에서 패스 도입은 추가 덤핑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업계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관광협회가 운영 중인 여행 플랫폼 ‘탐나오’와의 업무 중복 문제도 불거졌다. 탐나오는 이미 업종별 결합상품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사업 영역이 겹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관광증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패스는 업계와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사업 초기부터 우려를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제주도는 핵심 프로모션을 보류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지를 묶어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준비했으나 업계 반대로 일단 보류하고 다른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주체인 제주관광공사는 대안으로 자체 여행 플랫폼 ‘비짓제주’를 활용한 웰리스와 카름스테이(마을여행) 할인 제공 등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이미 3만 명 가까운 사전 신청자가 나우다패스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이 변경될 경우 도에 대한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우다 정식 서비스는 9월 개시되며 총 1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제주도는 서비스 정착을 위해 1인당 최대 5만 원의 여행지원금도 나우다를 통해 지급할 계획이다.
관광업계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현장과의 소통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정책 수립 단계부터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는 지난달 우도 해변에 중국 국기(오성홍기)가 설치됐다가 철거되는 일이 벌어지자 지자체가 해명에 나서기도 했으며 올해 벚꽃축제장에서 순대 6개가 들어간 순대볶음을 2만5000원에 판매해 논란이 일었다. 또 한 식당에서 삼겹살을 주문했더니 비계가 가득낀 고기가 나왔다는 제보도 잇따라 터졌다. 이 외에도 ‘통갈치 요리를 먹는데 16만 원이 나왔다’, ‘음료와 디저트를 먹었더니 10만 원 가까이 나왔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높은 물가와 바가지 논란 등에 제주도 관광객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3년동안 2022년 1380만3058명, 2023년 1266만1179명, 2024년 1186만1654명의 내국인이 제주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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