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확정한 상호관세가 협상을 통해 인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히며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30%가 넘는 고율 관세를 받은 캐나다와 스위스가 막판 뒤집기 협상에 나선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국민들에 국산품을 구매하라고 촉구하며 미국과 인도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현지 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약 70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인상됐다. 며칠 안에 세율 인하 협상이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많은 것들이 합의에 따라 고정된 세율”이라며 “이들 관세율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캐나다에 35%의 세율이 적용된 이유에 대해 캐나다의 보복 조치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의 무역 조건을 개선하려 노력 중이며 합의에 이를 방법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방법이 없다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캐나다 측 무역 협상 대표인 도미닉 르블랑 장관은 “우리는 관세 중 일부를 낮추고 투자에 더 큰 확실성을 제공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위해 며칠 이내에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규정 준수 제품은 무관세가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캐나다산 수입품 세율이 35%가 되면 실효 관세율은 6~7%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상호관세율이 종전 31%에서 39%로 오른 스위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 파르믈랭 경제장관은 RT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4일 연방 내각 특별회의를 열고 기존 협상안을 수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파르믈랭 장관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약속, 스위스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거론했다. 미국은 스위스의 시계·제약품·기계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에 상호관세가 발효되면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과 인도 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모디 총리는 2일 “인도인의 땀으로 만들어진 제품만 살 것”이라며 “우리 농민들의 이익, 소기업과 청년들의 일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옥죄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인도가 러시아 에너지의 최대 구매국이 됐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했지만 인도 정부는 정유 업체에 이 같은 지시는 물론 구매 중단에 대한 결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인도가 미국 상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이민 시스템을 속이고 있으며 중국과 비슷한 양의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미국의 관세 세수가 급증해 정권이 바뀌어도 이를 철폐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 1~7월 일부 소비세를 포함한 미국 관세 수입은 1520억 달러(약 211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780억 달러)의 두 배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유지되면 향후 10년간 2조 달러가 넘는 관세 수입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경제학자인 조아오 고메스는 “(관세에) 중독성이 있다”며 “지금 같은 (연방정부) 부채와 적자 상황에서 수입원을 거부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거둬들인 수익의 일부를 미국민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분배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혀 미국 내 관세정책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배당금 지급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우선해 분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세 수입을 통해 실질적인 재정 여력을 확보한 만큼 이를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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